벗기 힘든 마약의 굴레..."구하긴 쉽고 치료는 어렵다"
[앵커]
마약 중독을 끊기 위해 자진해서 재활 센터에 입소해 중독 치료를 받는 20대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유혹에 빠지기도 쉬운데, 중독 치료를 받으려 해도 여건이 마땅치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마약을 접하는 젊은 층이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경찰에 붙잡힌 마약류 사범은 53% 정도 늘었는데, 이 가운데 10대와 20대는 모두 3배 넘게 뛰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마약을 접하게 됐는지, 그리고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20대 중독 치료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약물중독 재활센터.
중독자 15명이 1년 가까이 함께 살며 심리 상담 등을 통해 마약 중독을 치료받는데, 절반이 넘는 8명이 20대 청년들입니다.
처음 마약에 손을 댄 건 친구의 권유, 그리고 쾌락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하고 나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황 모 씨 / 약물 중독 치료자 : 처음에는 기분도 이상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는데, 두 번, 세 번 하게 되다 보니까 그걸 즐기게 되고, 익숙해지게 되고…. 도저히 절제가 안 되는 거에요.]
지난해 여름 처음 마약에 손을 대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아둔 돈과 직장, 가족과의 믿음까지 잃었습니다.
[남명우 / 약물 중독 치료자 : 안 걸리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막상 딱 보니까 저는 직장에서 잘려있었고, 모아뒀던 돈도 없고, 빚만 생기고, 저희 가족들도 저를 되게 무서워하고….]
그런데 중고물품 거래하듯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어서, 유혹을 뿌리치기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신용우 / 약물 중독 치료자 : 내가 필요한 물건을 중고로 판매 글이 올라오면 그냥 사는 것 마냥 쉬운 것 같아요. 텔레그램으로 약 구한다 하면 솔직히 뭐 바로 구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마약을 끊기로 마음을 먹었어도, 이번엔 제대로 된 치료에 돌입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중독 치료 전문 병원에 들어가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신용우 / 약물 중독 치료자 :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해서 상담을 갔었는데 거긴 중독 전문이 아니니까 그냥 약만 처방을 해주더라고요. 수면제나 이런 거. 별다른 도움을 못 받아서….]
지난해 마약류 투약 혐의로 9천여 명이 검거된 가운데,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중독자는 721명에 불과합니다.
또,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중독치료 전문 병원은 전국에 단 두 곳뿐입니다.
[임상현 /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 : 뇌 질환을 앓고 있는 어떤 아픈 환자로 생각하고, 회복시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성이 높은 만큼, 마약 범죄는 재범률이 40%에 육박합니다.
결국, 단속과 처벌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에 힘써서 이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데 마약 범죄 근절의 열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촬영기자 : 이근혁
그래픽 : 주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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