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닝 2실점 퀵후크' 17억 외인의 요행 피칭…신정락이 끄집어 올린 7연승 [오!쎈 부산]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모두가 1승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을 시간에 상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만 열중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는 또 한 번 무책임한 투구와 함께 조기 강판됐다.
반즈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6피안타 2볼넷 2사구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됐다. 그러나 팀은 5-2로 승리하면서 3956일 만에 7연승을 달성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약 11년 만이다.
지난해 31경기 12승12패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기록하며 선발진 한 축을 책임지고 이끌었던 반즈. 그리고 올해 총액 125만 달러(계약금 35만 달러, 연봉 85만 달러, 인센티브 5만 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반즈가 가지고 있는 좌완 투수의 장점은 분명 KBO리그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반즈는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 4번째 등판에서도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창원 NC전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5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지만 타선의 도움이 곁들여진 부끄러운 첫 승이었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이날 등판을 통해 반즈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반등은 커녕 원점회귀였다. 올 시즌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하고 강판됐다.
1회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용규를 좌익수 뜬공, 이형종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정후에게 2루수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빗맞은 타구였고 코스가 좋아서 안타로 이어졌다. 이후 러셀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1회를 마무리 지었다.
2회초부터 반즈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이원석에게 좌전안타, 김휘집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김태진에게 몸에 맞는 공까지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박찬혁을 삼진, 이지영을 유격수 병살타로 이끌어내면서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타선은 2회말 집중력과 응집력을 발휘해 4득점에 성공해 리드를 안겼다. 그런데 반즈는 이 4점의 리드를 다시 위태롭게 만들었다.
3회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형종에게 좌측 담장 상단 직격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았다. 4-1로 추격을 당했다. 이정후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해 1사 3루가 됐다. 그러나 타구는 우중간 워닝트랙까지 향했다. 러셀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4-2로 추격을 당했다.
4회와 5회 모두 비슷한 양상이었다. 4회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2루수 내야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이 느린 타구를 반즈가 적절하게 대응했다면 스스로 처리할 수도 있었던 타구였다. 김태진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해 1루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그리고 박찬혁에게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고 3구 째 몸쪽 슬라이더를 던지다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반즈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1사 1,2루 상황에서는 이지영을 우익수 뜬공, 이용규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다시 한 번 겨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5회까지 반즈의 요행을 바라는 피칭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정후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렸다. 이정후의 타구가 가운데로 향했지만 느리게 굴러가며 2루수 땅볼로 처리될 수 있었다. 그런데 반즈는 등 뒤로 가는 타구에 안이하게 오른팔을 뒤로 뻗으면서 이를 굴절시켰다. 뒤늦게 처리했지만 이마저도 재빠르지 않았다. 이정후의 발이 1루에 먼저 도달했다. 결국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뒤 반즈는 강판됐다. 더 이상 반즈에게 마운드를 맡길 수 없었다.
반즈의 요행은 끝났다. 이후 신정락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위기를 극복했다. 신정락은 우타자자가 연달아 들어서는 타선을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외국인 타자 러셀을 상대로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고 이원석에게느 빗맞은 안타를 허용했다. 1사 만루가 됐다. 그러나 김휘집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반즈가 자초한 위기는 사라졌고 리드도 지켰다.
그러나 반즈의 요행을 바라는 피칭은 다시 한 번 불펜진의 소모를 불러왔다. 5회부터 불펜이 가동되면서 다시 5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벤치의 불펜 운영 계산도 다시 꼬이게 했다. 그나마 최근 롯데 불펜의 페이스가 괜찮았고 전날(27일) 나균안의 8이닝 무실점 역투로 불펜진을 아낀 덕에 가용 여력이 됐을 뿐이다. 반즈의 아쉬움, 불펜진의 부담, 벤치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는 이후 불펜 총력전을 펼치면서 가까스로 7연승을 완성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