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휴대폰에 손이 가요...65초 못 참고 자꾸만 손이 가 [Books]
현대 사회의 만연한 집중력의 붕괴 현상을 치밀하게 연구한 책이 나왔다.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세계 3만 마일을 여행하며 250여명의 신경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을 인터뷰하고 중요한 연구를 집대성했다.
저자조차도 연구하며 깨닫게 된 건 ‘탈출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관광지인 아이슬란드 블루라군 온천에서조차 그는 셀카봉에 둘러싸여 있었다. 사람들은 방수 케이스에 넣은 아이폰으로 미친 듯이 인스타그램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었다. ‘모나리자’를 보러 파리에 갔을 때는 럭비를 하듯 셀카를 찍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저자는 직접 실험에 뛰어든다. 큰 결심을 하고 컴퓨터, 핸드폰 없이 케이프 코드 해변에 작은 방을 예약했다. 온라인과 단절된 세상에서 매일 종이신문과 책을 읽고, 랍스터를 먹고 해변을 산책하며 아름다운 연옥의 나날을 보내기 위해서다. 3개월간 소음에서 떠나는 실험에 나섰지만, 불과 2주일 만에 중독자처럼 핸드폰을 향한 갈망을 느끼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만다. 유레카. 개인의 실패가 원인이 아니었다. 이것은 병이었다.
물론 1000년 전 중세 수도사도 집중이 안 돼 괴롭다고 불평한 글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과학자들이 학생들의 컴퓨터에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관찰했더니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했다. UC 어바인대학 정보과학 교수 글로리아 마크의 또 다른 연구는 직장인들은 평균 집중 시간이 단 3분에 불과하다는 것도 밝혀냈다. 미국인의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은 3시간 15분이며, 24시간 동안 2617번 핸드폰을 만진다.
책임을 핸드폰에 전가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개인의 실패나, 이 발명품보다 더 심오한 원인이 있다. 주의력 문제 전문가 조엘 닉 교수는 50년간 서구에 비만이라는 유행병이 찾아온 것처럼 집중력 저하라는 사회적 유행병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 책은 수면 부족, 값싼 탄수화물 음식, 독서 붕괴, 기술 기업의 약탈 등 집중력을 훼손하는 12가지 강력한 원인이 있음을 조목조목 짚는다.
집중력 수난 시대의 부수적 피해자도 많다. 하나가 소설이다. 오늘날 재미로 책을 읽는 미국인은 2004년에서 2017년 사이 남성은 40%, 여성은 29% 줄었다. 재미로 소설을 읽는 사람은 이제 미국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읽는 방식도 변했다. 디킨스의 책을 뉴스 기사처럼 핵심을 내놓으라 다그치며 훑어본다. 문해력 연구자 아네 망엔에 따르면 독서의 붕괴가 집중력 감퇴의 증상이자 결과다. 깊이 읽지 못하는 이들에는 소셜미디어의 선동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만이 입력된다. 페이스북이 20억명의 주의를 빼앗는 비결은 마치 흑마술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겐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삶을 성찰하며 시작하는 이 문학적인 책은 결론에서 자기계발서와 같은 주장을 펼친다. ‘집중력 반란’을 일으키자는 것. 집중력 도둑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래야만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어서다. 오리건대학 마이클 포스터 교수의 연구는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하다 방해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걸 발견했다. 사무직 노동자들 또한 생산성을 갉아먹는 집중력 방해자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는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가 장기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사회다. 진짜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찾고,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시민에게 없다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도 잃어버리게 된다. 저자는 집중력의 위기가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동시에 발생한 건 우연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것이 영원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며 독자들을 응원한다. “우리가 별빛과 햇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찰과 공상, 사색을 지속할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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