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디빌더라는 이유로[책과 삶]
나의 친구, 스미스
이시다 가호 지음·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 170쪽 | 1만4000원
전설적인 보디빌더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보디빌딩에서의 수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함은 승리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강함을 위한 당신의 분투에서 온다. 만약 당신이 지옥 같은 수련을 버텨낼 각오가 되어있다면 그것이 바로 강함이다.”
꼭 선문답같지만 본래 보디빌딩 수련은 ‘보이는 것’만큼이나 ‘내적 극기’를 중시한다. 끊임없는 반복만이 강인하고 균형잡힌 몸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수한 담금질 끝에 빚어진 완벽한 근육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선 ‘인간 승리’의 서사로 칭송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바라보는 대외적인 시선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 출연한 한 여성 보디빌더는 외모 악플에 시달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남들이 나를 뭐라고 하건 나는 내 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말을 하게 된 데는 복잡한 맥락이 있지만, 분명한 점은 이는 남성 보디빌더라면 굳이 하지 않았을 말이라는 것이다.
<나의 친구, 스미스>의 주인공인 U노는 헬스를 시작한 지 1년 된 평범한 29세 여성 직장인이다. 어느 날 운동을 꽤 한다는 이유로 권유받고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다. 평생 쇼트컷에 무난한 옷만 입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회를 준비하며 머리를 기르고 피부과에 가고 12㎝ 하이힐에 반짝이 비키니를 고르는 신세가 됐다. 그 과정에서의 내적 갈등, 그럼에도 ‘쇠질’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하는 마음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만약 보디빌딩에 문외한이라면 이 소설을 읽기 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을 권한다. 이 소설은 문학 코너 대신 헬스 코너에 꽂혀있어도 당분간은 무사할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 관련 전문 용어로 가득하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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