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변호사’가 호소합니다[책과 삶]

허진무 기자 2023. 4. 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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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니다
박주연 지음
글항아리 | 240쪽 | 1만6000원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민법 제98조의2를 신설해 제1항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고 여야 정쟁이 격화되면서 국회 논의가 흐지부지된 상태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현실에선 소액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한다. 법원·검찰·경찰은 동물이 유체물인 물건이라고 해석하고, 동물 살해를 물건의 훼손으로 본다.

박주연 변호사는 <물건이 아니다>에서 실제 동물학대 사건과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가 ‘동물이 행복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변호사는 2012년부터 동물권단체 ‘카라’와 함께 동물보호법 개정 운동을 벌였고, 2017년에는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을 만들었다. 한 시위 현장에서 돼지를 능지처참해 죽인 사진이 그를 ‘동물권 변호사’가 되게 했다. 그는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죄책감과 면목 없음에 목 놓아 울었다”고 적었다.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지난 27일 시행됐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반복되는 동물학대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개물림’ 사고의 책임을 인간 보호자가 아니라 개에게만 물어 안락사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한다. 박 변호사의 궁극적인 바람은 동물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동물을 위함은 동물만을 위함이 아니다.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본성과 행복을 존중하는 태도는 이 사회의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진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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