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굴이 흐려지는 세상이란 어떤 것일까[그림책]
잃어버린 얼굴
올가 토카르추크 글·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64쪽 | 1만8000원
여기 모두가 좋아하는 얼굴이 있다. 빛나는 눈, 선이 예쁜 코, 도톰한 입술을 가진 남자는 무척이나 또렷한 사람이다. 그는 자랑스러운 자신의 얼굴을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 셀피를 찍고 도시와 유적지, 구름과 바다 같은 멋진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그는 사진찍기를 멈추지 않는다. 악몽 같은 사건이 닥치기 전까지.
그림책 <잃어버린 얼굴>은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굴이 흐려지는 세상을 그렸다. 어느 날 또렷하던 남자의 얼굴은 얼룩처럼 희미해진다. 흑백 픽셀처럼 뭉개진 얼굴에 좌절한 남자는 얼굴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그는 얼굴을 파는 밀수품 거래인을 찾아간다. “다시 또렷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명한 얼굴로 부탁드립니다.” 평생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얼굴을 구매한 남자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인간의 얼굴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가장 예민한 진짜 꺼풀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벗겨진다면? 자기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은 결국 진짜 얼굴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작가는 서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부풀려진 자아를 비판한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다양한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에 집착하는 일상.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세태를 은유했다.
앨범처럼 사진이 가득한 책을 넘기다 보면 검은 구멍이 종종 등장한다. 검은 점은 바이러스처럼 사진 속 배경을 덮어버리기도,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동그랗게 뚫린 점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의미하는 것 같다.
장소는 선명한 색채로 화려하게, 인물은 건조하고 고독하게 대비한 일러스트가 기이한 분위기를 더한다. <잃어버린 영혼>을 함께 작업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와 볼로냐 라가치 수상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가 5년 만에 협업했다.
유수빈 기자 soo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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