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권마다 해석 다른 ‘자유주의’…역사적 형성 과정도 뒤죽박죽[책과 삶]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헬레나 로젠블랫 지음·김승진 옮김
니케북스 | 488쪽 | 2만6000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내놓은 말이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자유’를 강박적으로 외쳤지만, 그 자유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극우 세력이 반대파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산주의로 매도하는 한편, 국가주의나 전체주의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것이 오늘 한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리버럴(liberal·자유주의자)’이 프랑스 등에서는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의미로 쓰이는 반면, 미국에서는 큰 정부를 옹호하는 민주당(혹은 진보) 성향으로 말해진다고 한다. 또 한편 미국의 큰 정부에 반대하는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는 자신들이 진정한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에 따르면 자유주의가 이렇게 혼란스럽고 논쟁적인 정치 이념인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자유주의의 형성과 발전 과정이 뒤죽박죽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 로마부터 21세기까지 자유주의의 기원과 변천을 살펴본다. 오늘날 정치 지형을 읽는 데 자유주의 역사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적 자유주의는 20세기 중반에야 만들어진 새로운 개념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유주의는 공공선과 의무, 자기희생 등에 바탕을 둔 도덕적 기획이었다고 한다. 종교·국가와의 결합과 분리, 혁명과 반동, 전체주의와 냉전 등 여러 변곡점을 거치며 오늘날의 자유주의에 이른 것이다. 저자는 많은 국가가 처한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잊혀진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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