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피해자” ”우연일 뿐” 주범 공방 속…檢·금융당국, ‘SG사태’ 합동수사
의혹 제기된 라덕연·김익래 관련성 부인…피해자들 소송 준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검찰과 금융당국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합동 수사한다. 주가조작 등 '작전'을 벌이다 8개 종목 동시 폭락을 일으킨 주범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은 "나도 피해자"라거나, 공교한 시점에 주식을 매각해 수백억원대 차익을 거둔 것이 "우연"이라며 범죄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통상적 주가조작 사건과 마찬가지로 금융위 조사가 마무리되면 기록과 증거를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증권 시장 전반을 뒤흔들면서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 초기에 합동수사팀을 꾸려 대응키로 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사고파는 '통정거래' 방식으로 거래량을 부풀리고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지난 24일 금융위 요청에 따라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관계자 10명을 출국금지했다. 금융위는 전날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라덕연 회장이 운영하는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과 이 회사 관계자 명의로 된 업체, 주거지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 했다.
라 회장은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일임업 등을 한 부분은 인정했지만, 주가조작 등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라 회장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번 폭락 사태로 "나도 피해를 입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중심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사태 촉발 누가? 라덕연-김익래 일제히 '부인'
김 회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8개 종목 중 하나인 다우데이타 지분 가운데 140만 주(3.65%)를 폭락 직전인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총 605억원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급등하고 있던 주식을 폭락하기 직전 대량으로 던진 것을 놓고 작전세력 움직임이나 시세조종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우키움그룹 측은 김 회장이 증여세 마련을 위해 일부 지분을 매도한 것일 뿐 주가조작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고, 매각 시점 등도 모두 "우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수본을 꾸린 만큼,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토대로 라 회장과 김 회장 등에 대한 줄소환 조사가 예상된다. 경찰은 해당 업체 압수수색에서 투자자 명의로 된 휴대폰 200여 대를 압수, 분석에 들어갔다.
라 회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시세조종에 가담한 그의 회사 팀장급 직원 1명은 조만간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8개 종목 시총 7조 넘게 증발…임창정·박혜경도 손실
앞서 선광, 하림지주,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터 등 8개 종목은 지난 24일부터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집중적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연일 '하한가'를 기록, 증시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 8개 종목은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폭락 사태 직전과 비교해 7조8000억원대 급감했다. 이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이달 초까지 1년여간 상승 랠리를 펼쳤다. 다우데이타와 삼천리 등은 지난해 대비 400%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차액결제거래(CFD)로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하다가 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벌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당국 조사를 눈치챈 주가조작 세력이 대량의 주식을 급하게 매물로 던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 회장에게 권유받거나 지인 소개를 통해 H사에 거액의 자금을 맡긴 투자자 중에는 가수 임창정과 박혜경을 비롯, 정·재계 인사와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SG 폭락 사태로 인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에 따르면, 현재까지 100여 명이 주가조작에 이은 폭락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만 1000억원을 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다음달 초 H사를 사기·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CFD 등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체 보면 미쳐”…JMS 정명석이 신도 딸에게 보낸 옥중편지 - 시사저널
- “귀여워서 그랬다” 9세 의붓딸 성폭행 50대, 반성 없었다 - 시사저널
- [이정근 노트]“한국은행 관봉권 5억원 전달 받아” - 시사저널
- “허허허” 앞치마 두른 책방지기 文…첫 날 1000명 다녀갔다 - 시사저널
- ‘전세사기’ 입건된 공인중개사만 400명…“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 시사저널
- 운동장서 흉기 찔려 사망한 40대…父·용의자 동생도 모두 숨진 채 발견 - 시사저널
- ‘도덕성’ 무너진 민주당, 뿌리째 흔들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시사저널
- 초등생 자매 11년 성폭행 학원장, 2심도 ‘징역 20년’ - 시사저널
- 봄철 3대 불청객 ‘알레르기·축농증·춘곤증’ 이렇게 물리쳐라 - 시사저널
- 건강한 다이어트 돕는 ‘10대 슈퍼푸드’는?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