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100% 제작한 스위스 라디오 생방송... “감쪽같다, 놀랍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4. 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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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입력하면 대본 나오고
출연자 실제 목소리로 바꿔줘
13시간 시험방송, 청취자 “놀랍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크 진행자들의 수다와 웃음,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음악, 심지어 정오에 나오는 뉴스까지. 언뜻 들어서는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라디오 방송이다. 하지만 27일(현지 시각) 스위스 로잔의 라디오 채널 ‘쿨뢰르3′를 듣던 청취자들은 20분마다 한 번씩 나오는 이 메시지에 귀를 의심해야 했다. “지금 여러분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이날 방송은 쿨뢰르3 채널을 운영하는 스위스 공영방송 RTS가 AI를 이용한 라디오 생방송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일종의 ‘시험 방송’이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13시간 동안의 방송 콘텐츠를 모두 AI가 만들고 운영했다. RTS 측은 “기존 정규 방송국이 100% AI로 만든 방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청취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쿨뢰르3 채널은 “놀라움과 두려움, 혼란 등 수백 건의 의견이 들어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AI 방송에 대한 라디오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RTS는 평소 방송과 구분하기 힘든 AI 방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했다. 방송 대본은 사람처럼 언어 구사가 가능한 대화형 AI 챗GPT(ChatGPT)를 활용해 만들었다. 이날 송출될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과 구성, 출연자, 원하는 내용 등을 입력하면 챗GPT가 방송 대본을 만들어 준다. 대본 내용을 실제 소리로 바꾸는 것도 AI가 했다. RTS는 우크라이나 AI 기업 리스피처(Respeecher)의 기술을 활용, 기존 라디오 방송 출연자 5명의 목소리를 그대로 AI에 이식했다.

RTS는 “방송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음악도 일부는 AI가 작곡한 것이고, 노래 속 목소리도 AI 음성”이라며 “심지어 뉴스 내용도 모두 AI가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뉴스와 혼동을 막기 위해 “제네바 상공에 외계인 우주선 운항이 금지됐다” “취리히 호수에 수중 레스토랑이 개장됐다” 등 ‘2070년쯤에 나올 만한 미래의 뉴스’를 챗GPT가 꾸며내 전했다. AI는 아직 취재원을 인터뷰하거나 사실(팩트) 확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실제 뉴스를 만드는 데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RTS가 이번 방송을 준비하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렸다. 필요한 AI 기술을 모으고, 이를 라디오 방송 제작이란 용도에 맞게 훈련시키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앙투안 뮐톤 쿨뢰르3 담당 국장은 “AI를 이용한 방송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여러 논란이 있지만, 신기술이 미디어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현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AP통신은 “방송국 직원을 줄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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