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유동규 공방…"정진상과 내가 그린 그림이 뭐였냐" vs "기억 않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28일 첫 법정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설전을 벌인 것은 2021년 9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사건'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회 공판에서 맞붙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대면했지만 서로 공방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변호인과 반대신문을 벌이던 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 들었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에게 1공단 공원화 사업을 어떻게 보고했는지 설명하던 유 전 본부장이 "저하고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공원을 그렸던 거 기억 안 나시냐"며 이 대표를 향해 말하면서다.
이날 처음으로 말문을 뗀 이 대표는 "내가 그린 그림은 뭐였냐.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서 진술할 때 정진상하고도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기억도 안 나냐"며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유 전 본부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 진술서를 말하는 거냐"라고 답했고, 두 사람의 말이 엉키자 재판부가 "논점에서 벗어난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냐. 1000억 원 만들 수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한테 이야기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휴정 후 이어진 공판에서도 언쟁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어 "내가 2013년 2월 신년간담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면 3700억 원이 남아 2000억 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몇 달 뒤 공원 조성에 1000억 원밖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게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께서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말씀하시고 대화했다는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위례 사업을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와 나한테 몇 차례 대면 직보했다고 했다. 아니냐" "위례 관련 보고 어떤 걸 저한테 몇 번 했다는 거냐, 구체적으로 뭘 했단 거냐"고 연거푸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뉴질랜드 출장 당시) '김만배팀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말하는 과정에서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뉴질랜드 출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 유 전 본부장이 함께 갔던 것으로 검찰은 당시 찍은 단체사진 등을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안다는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불법행위를 하면 내가 용인했을 거라 생각하냐. (범죄는) 숨기는 게 불가능하니 숨길 일 하지 마라. 우린 어항 속의 금붕어다.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냐"고 다그치자, 유 전 본부장은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집어넣는 범죄는 밑의 사람한테 안 시켰어요? 시켰잖아요. 시장님!"이라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 공신들 불법취업한 것은 중범죄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가 "누가 불법취업을 했다는 소리냐?"고 되묻자 유 전 본부장은 "다 했죠. 시장님 밑에서 일한 사람들은"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대장동 재판에서 검찰은 변경된 공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의 대장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 씨의 뇌물 약속 부분과 유 전 본부장의 뇌물수수 부분 등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 신청했다.
재판부는 6월 16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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