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 더 큰 도약을 위한 마중물

2023. 4. 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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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첫 일정으로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졌다. 향후 4년간 넷플릭스가 K-콘텐츠 산업에 25억 달러(3조 3000억원)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방미 첫 일정으로 넷플릭스 투자 소식이 전해진 것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한국의 영상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그 성과와 함께 성장해 온 사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투자 결정은 그동안 K-콘텐츠가 거둔 성과의 증명, 또 K-콘텐츠가 본격적인 글로벌 산업으로의 질적 도약을 위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소식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이다

이번 넷플릭스 투자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도약의 가장 핵심적인 무기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거둔 창의적 성취의 가장 큰 수혜자다. 실적 압박과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받았던 넷플릭스는 위기의 순간 마다 K-콘텐츠의 성과를 통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물론 K-콘텐츠도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의 큰 도약을 이뤘다. 글로벌 유통의 물꼬가 트인 이후, K-콘텐츠는 그동안 쌓아왔던 창의적 역량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 영화 뿐 아니라 예능, 교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콘텐츠가 제작-유통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시아라는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이제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 한국의 콘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 보편성을 획득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2023년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글로벌 영상 산업은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큰 규모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기존에 제작한 작품의 공개를 취소하거나 신규 프로젝트의 중단 등 보수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상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 의지를 보여준 한국 정부의 역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이번의 투자 유치는 세계적으로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과 수요, OTT 중심의 시장 변화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국내 창작자와 사업자의 적극적인 도전,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한 정책적 노력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K-콘텐츠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 글로벌 산업화로의 도약과 경제-문화적 가치 확산

이번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는 몇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투자 결정이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영상 콘텐츠 투자에 대해 보수적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신중하고 전략적인 투자 결정의 결과가 K-콘텐츠라는 점이 상징하는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에게 K-콘텐츠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은 앞으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다른 OTT 사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의 투자 유치가 다른 글로벌 OTT 사업자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보다 확대되는 선순환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이유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얻는 역량의 축적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창작자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이용자를 시야에 넣으며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 창의적 기획의 경험을 획득할 수 있다. 글로벌 유통의 과정과 마케팅 전략, 글로벌 수준의 품질 기준의 이해와 사전-후반 작업의 정교함을 경험한 인력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건,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의 몸에 쌓이는 경험 그 자체일 수 있다. 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끄는 것이 결국 ‘인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인재가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가 만들어낼 경제적, 문화적 성과 역시 기대해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6만 8천여 개의 관련 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K-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제작 현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며, 수출 규모의 확대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한다. 좋은 작품의 경험을 통해 누리는 국내외의 문화적 기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이 세계의 많은 이들과 만나고, 그 결과 다양한 확장의 기회들이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의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투자를 산업의 더 큰 도약을 위한 ‘마중물’로 삼아야

마중물은 메마른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이란 의미다. 이번 투자 유치가  K-콘텐츠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은, 그 이후의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오르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펌프질, 즉 노력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투자가 마중물이 아니라 유일한 물줄기가 된다면, 앞서 논의한 긍정적인 미래는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영상 콘텐츠 산업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내수 산업’이란 시각의 틀과 한계를 깨고, 적극적인 글로벌 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이번 투자 유치 이후 지속적으로 K-콘텐츠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수 있고, 국내 자본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 결정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세제 지원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 결정이 국내 산업의 창의적 경쟁력이 토대가 된, 넷플릭스에게도 큰 이익이 되는 결정인 점이 분명한 만큼,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기반으로 그동안의 한계로 지적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요한 항해를 앞둔 선원은 가장 취약한 영역 들을 꼼꼼하게 살피며 철저한 위기 대응의 준비를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K-콘텐츠 산업 내부의 취약한 영역들을 돌아보고, 변화한 환경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계적 지원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골든 타임이다. 이번 투자 유치가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취약성을 개선하며, 제도를 변화한 환경에 맞게 재구성하고, 글로벌 산업화의 기틀을 다지는 전환과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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