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들아"…법 제정 이후에도 멀고 먼 '태아산재' 인정
산업재해는 노동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임신 초기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어머니와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난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김은숙/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2020년 7월) : 우리 아들은 대장 전체를 들어낸 '선천성 거대결장'이란 수술을 했어요. 미안하다 아들아. 이게 배예요. 아니면 물고기가 지나가는 거예요.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큽니다.]
3년 전 저희가 만났을 땐 산업재해로 인정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그 사이 노동자의 자녀도 보상받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저희 송승환 기자가 다시 만나봤습니다.
[기자]
김은숙씨는 임신 초기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태어난 아들은 대장에 문제가 있어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단 사실을 뒤늦게 안 김 씨는 지난 2021년 5월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김은숙/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 : 나중에 저 때문이란 걸 알고서 정말 미쳐버리겠더라고요.]
하지만 당시엔 산재보상 대상이 노동자로만 한정돼, 태아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021년 12월 태아산재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보상은 막막합니다.
이 법은 태아에게 해롭다고 알려진 유해물질 1400여개 중 17개만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노동자가 직접 유해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김 씨를 포함해 5명이 태아산재 신청을 했는데 아직 승인이 난 사례는 없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 : (역학조사가) 엄청 많은데 그게 언제 된다, 그거는 확답을 못 주는 거 같은데. 줄줄이 있으니까.]
정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유해물질을 다루는 업종에서 한 해 170명의 신생아가 장애를 갖고 태어날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김은숙 씨 아들 : 지금 솔직히 앓고 있는 병은 완전히는 못 낫더라도. 책임을 져 줬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다른 보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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