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세월호 참사, 잊거나 회피하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 정종훈 교수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3. 4. 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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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이했고, 내년이면 10주기가 됩니다.

그동안 특별조사위원회가 두 번이나 구성되어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지만 실제로 밝혀진 것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한국교회와 우리 그리스도인은 함께 울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대책, 지속적인 애도와 기억을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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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이했고, 내년이면 10주기가 됩니다. 그동안 특별조사위원회가 두 번이나 구성되어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지만 실제로 밝혀진 것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304명의 꽃 같은 생명이 왜 순식간에 죽어야 했는지, 구조가 가능했던 골든타임에 구조가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게도 커다란 선박이 왜 그리 쉽게 물에 가라앉았는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정부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국가적인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등등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보아도 답답합니다. 하물며 참사 당사자들과 유가족들의 억울함은 말로 다 할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가 막 발생하고 한동안은 너나 할 것 없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또는 국가적인 안전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사가 있을 때는 안타까움과 분노에 관심이 넘쳐나는 듯하지만, 곧 냄비처럼 식어 관심밖에 두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임을 철저히 물어서 향후 어떤 관련자도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기억식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지나던 작년 9월 29일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59명의 젊은 생명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태원은 젊은이들의 할로윈 축제가 늘 개최되었던 곳입니다. 그동안은 관계 당국이 미리 대비하고 경찰을 배치해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던  곳입니다. 더욱이 참사가 발생할 즈음에 119 신고가 수도 없이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세월호는 바다 한가운데라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웠다고 하지만, 이태원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그런데도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어느 목사는 "하나님이 공연히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아니다.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설교했습니다. 또 어느 목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가다가 그런 일을 당했느냐"며 책망했습니다.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유가족이 '단식투쟁'하는 자리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식투쟁'을 한다는 사람들조차 있었습니다. 지금껏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끝내라고 종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언행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공감하기는커녕 제2, 제3의 피해를 더하는 인면수심의 폭력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9년 전 세월호 참사든, 작년 이태원 참사든 잊거나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참사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만 한정할 수 없습니다. 무관심한 우리 자신과 우리 가족에게 그대로 재현될 수 있습니다.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며 '우리의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저항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참사는 기억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우리 그리스도인은 함께 울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대책, 지속적인 애도와 기억을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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