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된다`는 비명…박광온 통해 이재명 체제 `경고장`

김세희 2023. 4.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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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 할 새 원내사령탑으로 NY(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이 선출됐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가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비명계가 세를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파·친명계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신임 원내대표에게는 계파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 경쟁 상대였던 홍익표(3선)·박범계(3선)·김두관(재선)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박 원내대표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8년간 MBC기자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2014년 경기 수원정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을 받고 출마해 당선,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선 공보단 공동단장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20대 대선 후보 경선에선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다. 이 때문에 친문(친문재인)·NY계로 분류된다.

박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돈봉투 의혹'으로 인한 지지율 악재와 민형배 의원 복당에 대한 비명계의 반발심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체제의 지도부가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행보를 보여, 현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원내대표를 필요로 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한 배경을 두고도 비명계의 세 결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쟁자인 홍익표·김두관·박범계 의원은 모두 범명(범이재명)계 지지를 얻어 표가 분산된 반면,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의 표심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후보 등록 직전 출마를 접은 비명계 이원욱 의원의 표도 흡수했다.

일각에서는 원내 헤게모니가 1년 만에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이동하면서 내홍의 불씨가 어느 정도 잡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만큼 계파 갈등 봉합은 박 원내대표에게 당면한 급선무다. 자칫 고질적 계파 갈등으로 당이 사분오열할 경우 총선 승리는 물건너 갈 수 있다. 박 원내대표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제가 당의 부족한 소통의 보완재가 되겠다"며 "당의 포용성을 높이고 확장성을 넓히고 균형을 잡겠다"고 호소했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당사자들을 향한 '적절한 조치'도 과제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연루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조치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도부와 친명계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명계는 '출당'을 비롯한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 올 경우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최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1차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두고는 가결에 힘을 실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의 2차 체포동의안이 재차 국회로 넘어올 경우도 박 원내대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돈 봉투 의혹'까지 터진 상황에서 기존처럼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이 대표를 엄호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지난 3월 당직개편을 단행할 때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을 유임시킨 것을 두고 친명계 인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비명계 한 초선 의원은 "사무총장은 공천관리위원회에 직접 들어갈 정도로 차기 총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사무총장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공천권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 당에서 친명·비명의 분류는 유효하지 않다"며 "언론적 용어"라고 강조했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서 이 문제의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다 듣고, 존중하고, 총의를 모으는 길을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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