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에 굴러온 대형 화물로 초등생 참변… 내리막길서 작업하다 '날벼락'

노경민 기자 2023. 4. 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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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10세 초등학생이 등교하던 중 1.5톤짜리 원통형 화물에 부딪혀 숨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에서 떨어진 화물이 빠른 속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안전 펜스를 덮치면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지만, 구청은 사고의 원인이 된 하역 작업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때 대비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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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톤 원통 모양의 어망실 160m 비탈길 굴러…안전 펜스 무너져
사고 소식에 학생들도 놀라…영도구 "하역 작업은 신고 대상 아냐"
28일 오후 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학동 한 어린이보호구역에 안전 펜스가 철거돼 곳곳에 사대가 설치돼 있다.2023.4.28/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10세 초등학생이 등교하던 중 1.5톤짜리 원통형 화물에 부딪혀 숨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에서 떨어진 화물이 빠른 속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안전 펜스를 덮치면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지만, 구청은 사고의 원인이 된 하역 작업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때 대비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28일 부산 영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1분께 영도구 청학동 한 스쿨존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이 원통 모형의 1.5톤짜리 어망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A양(10)이 심정지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나머지 학생 2명과 30대 여성 1명은 부상을 당했다.

해당 스쿨존은 내리막길로 도로와 인도 사이 노란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다.

사고 당시 경사로 상부에서 지게차가 컨테이너 트럭에 실린 대형 어망실 하역 작업을 하다 어망실을 떨어뜨려 160m 정도의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갔다.

화물은 안전 펜스를 충격한 뒤 반대편 안전 펜스도 들이받은 후에야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A양이 화물 충격에 참변을 당했다.

성인의 가슴 높이까지 오는 이 화물은 무게가 1t 이상이나 돼 안전 펜스를 모두 파손시켰다.안전 펜스가 철거된 구역에는 모래 사대가 설치돼 있었다.

사고 구역은 학생들이 등·하굣길로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28일 오후 부산 영도구 청학동 한 도로에서 지게차가 컨테이너 트럭에 원통형의 어망실을 싣고 있다.2023.4.28/뉴스1 노경민 기자

학교 근처에 있던 학생들도 이날 사고 이야기를 나누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 B씨는 "아이와 함께 등교하다가 사고가 나서 깜짝 놀랐다"며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6일 해당 구역으로부터 약 400m 떨어진 곳에선 정화조 차량이 전신주와 가로등을 들이받고 쓰러져 50대 운전자가 숨진 사고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 회사의 담벼락이 완전히 무너졌고 400여 세대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구는 스쿨존에 설치됐던 기존 펜스를 더 강화된 노란 안전 펜스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 펜스는 이날 대형 화물에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구는 스쿨존 안전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는 학생들이 한창 도로를 많이 지나다니는 등교 시간 때 발생했다. 심지어 원통형 화물 하역 작업을 다른 곳도 아닌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한 만큼, 애초에 화물이 비탈길을 굴러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성이 농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구는 경사로 상부에서 하역 작업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단순 하역 작업은 구청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구 관계자는 "공사를 목적으로 화물차가 도로를 사용할 경우 구청에 도로 점용 신청을 해야 한다"며 "도로를 장시간 점용하면 주민 민원이나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단시간에 물건을 하역하는 작업은 구청 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펜스 강도 상향 등 의견을 반영해 스쿨존 시설물을 다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조치에 과실 여부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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