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보는 외교…한국, 신냉전 ‘핵’으로

박은경 기자 2023. 4. 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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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우크라·대만 문제 등
글로벌 이슈서 ‘미국 편들기’ 선언
의회선 “자유의 나침반 역할할 것”
펜타곤 수뇌들에게 브리핑 받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오른쪽) 등 미군 수뇌부를 만나 북핵 대응 방안과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워싱턴 |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한·미 동맹 70년 국빈 방미에서 미국과 전방위적으로 밀착하겠다는 기조를 드러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미국과 모든 위협에 함께 맞서는 ‘행동하는 동맹’이 되겠다고 하고, 한·미·일 협력에도 가속페달을 밟았다.

한·일, 한·미 연쇄 정상회담으로 3국 협력의 자석 역할을 한 윤 대통령 외교는 반대 극의 북·중·러를 밀어내면서 신냉전 구도를 공고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외교’가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려 한국의 신냉전 구도 편입을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자유주의와 북한의 공산 전체주의를 대비하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성명과 공동 기자회견 등에서도 주요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미국 편들기를 선언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안보 등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전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도 사실상 미국과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입장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과 관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국 턱밑에 위치한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과 연대해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의 전략에 완전히 편입된 모양새다.

중·러와 북한의 밀착 가속화시켜
북핵 해결 어렵게 하고 경제 타격
“냉전 가치외교 벗고 실리 챙겨야”

윤 대통령 외교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얻는 대신 대중·대러 외교 리스크를 증가시켰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지난 27일 주중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과 관련된 잘못된 표현이 있다며 강력 항의했다. 성명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요소’라고 규정함으로써 양안(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닌 국제적 이슈로 치환했다.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깬 것으로 보고 반발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 대 강’ 대응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핵 공격을 시도하면 정권의 종말을 맞을 것”이라 했고, 윤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북한의 비참한 인권유린”을 비난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중·러가 공조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늘려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는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대북 무기 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대해 북·중·러가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1950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간 충돌의 최전선에 있던 한반도 상황이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핵 해결은 멀어지고 중국, 러시아와 상호의존이 심화된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냉전적 가치 외교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미국의 양대 진영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더 명확히 했고 한국이 더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모양새라 중국과의 갈등 확대는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적어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우리의 위협 세력이 되거나 중·러가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이 되지 않도록 하는 외교가 중요하다”며 “이들의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틈을 파고들어 결속을 막는 것이 당면할 위협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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