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낚시 면허
아버지는 요즘도 봄이 오고, 가을 지날 때 낚싯대를 메고 조용한 물가를 찾아 낚싯줄을 드리우신다. 운수 좋은 날엔 별미 붕어찜이 밥상에 올랐다. 빈손인 날도 괜찮았다.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과 교감하는 데 낚시만 한 취미가 없는 듯했다. 낚시예능 <도시어부> 인기에 바다로 출조하는 인구도 크게 늘며 낚시 인구가 이제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강태공이 이렇게 많아도 낚시가 지속 가능할까. 3200만 등산 인구를 위해 등산로 관리와 입산 규제를 하는 것처럼, 낚시에 면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낚시 면허제도’는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한 경우에만 낚시를 허용하는 것으로 미국·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민물 및 바다 낚시 면허는 연간 각각 30달러(약 4만원) 수준이다. 무면허로 낚시하다 걸리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독일은 낚시 자격 시험까지 봐야 한다. 낚시인들이 낸 수수료는 낚시 환경을 개선하고 어족 자원을 보호하는 데 쓰인다. 낚시산업 육성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내 낚시 면허 논의는 주로 환경 훼손 우려에서 비롯된다. 낚싯줄에 몸이 감겨 죽은 바다거북, 낚싯바늘에 입이 꿰인 바닷새, 봉돌을 삼키고 죽은 물새는 물론 해녀들도 바닷속 낚시 쓰레기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산자원 관리다. 2016년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낚시 동호인들이 잡는 물고기는 연근해 어획량의 18%로 무시 못할 수준이다. 어업인과 낚시인이 어획량 감소 책임을 놓고 다투기도 한다. 기후위기로 어장이 타격을 입으면 갈등은 커질 수 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전 국민 대상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약 60%가 ‘낚시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86%가 ‘낚시 허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낚시인들도 대체로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뒀다간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걷어들인 면허 수수료를 치어 방류와 낚시터 환경 정화에 쓴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 불발에 그친 낚시 면허제 도입을 다시 논의할 때가 됐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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