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특별법, 이대론 피해자 지원 어렵다
정부가 2년간 한시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안을 지난 27일 발의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 권한을 주고, 낙찰자금을 4억원 한도에서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 주택 매입임대 방안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원 대상이 소수에 그칠 우려가 크다.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피해자대책위원회는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차라리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특별법에서 피해자 인정 기준으로 제시한 조건 중에는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등 기준이 모호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이를 포함해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천 미추홀구 등 피해자들이 밀집된 곳과 달리 고발을 해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소규모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피해자 감별법’ 아니냐는 비판이 일리가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거의 다 특별법 적용 대상”이라고 했지만, 미추홀구 피해 2700여가구 중 검찰에 기소된 것은 161가구에 그쳤다. 2500여가구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피해자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이다. 피해자들은 LH 등 공공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일부 반환한 뒤 경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의 지원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모든 사기 범죄를 국가가 떠안는 선례가 된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제도 부실 관리와 무분별한 전세대출 확대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감안하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갭투자’가 성행했던 2021년 전세계약의 2년 만기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전세사기 피해자가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돕는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여야는 내달 본회의 처리에 앞서 특별법이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도록 보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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