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쏟아낼 땐 언제고…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양왕은 문란한 국정운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과거 자신에게 곧은 말을 하다 타국으로 쫓겨난 충신을 찾아 조언을 구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망양이보뢰 미위지야' 양이 달아난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는다고요.
여기서 나온 말이 망양보뢰,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입니다. 처음엔 일이 '잘못된 후라도 빨리 깨닫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됐지만 후에는 '일을 그르친 뒤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었죠.
우리 국회도 이런 생각인 걸까요. 6개월 전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국회는 재난관리와 관련된 안건을 무려 46개나 쏟아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죠.
하지만 결과는 '처리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입니다.
그동안 여야는 참사 책임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탄핵소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거친 정치적 공방만 벌였을 뿐 핼러윈 축제처럼 명확한 주최자가 없으면 누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게 할지 등 앞으로 참사를 막을 핵심 법안엔 손도 안 댄 겁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도 마찬가집니다. 분노한 여론을 등에 업고 스토킹 범죄와 관련된 개정안이 무려 25건이나 발의됐지만 아직 처리된 건 안건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세 사기를 예방할 법안도 지난해 9월 정기국회 때부터 27건이나 발의돼 이 중 17건은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 그새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터졌죠?
현행법에서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해 초등학교 앞에 전자담배 가게가 생기고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율이 엄청 증가했는데도 국회가 담배사업법 법조문 몇 개만 고치면 해결될 문제임에도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3년째 방치 중입니다.
소속 정당의 이해가 걸렸거나 표를 구걸하는 포퓰리즘 입법 등 정쟁에는 과도한 힘자랑을 하면서도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입법은 외면하고 있는 거죠.
17세기 영국 사상가 존 로크는 정치권력은 오로지 공공선을 위해서만 행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 권력을 공공선을 위해서만 쓰고 있다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의원님 혹시 있으실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쏟아낼 땐 언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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