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막내인 ‘토스뱅크’, 자산 건전성 문제없을까?

정연호 2023. 4. 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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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정연호 기자]

출처=토스뱅크

토스뱅크의 자산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시작은 지난달 출시된 선이자 지급 방식의 정기예금 상품이었다. 상품 출시 이후로, 토스뱅크가 부족해진 자금을 급하게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토스뱅크가 채권을 많이 구매했다는 점도 불안을 키웠다. 이에 토스뱅크는 유동성(자산을 손실 없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이 다른 시중은행 대비 오히려 높다고 해명했지만,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의 연체율이 높다는 점 때문에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

토스뱅크는 지난 3월 24일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이하 선이자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예금을 맡기는 즉시 예금자에게 전체 이자를 주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이 상품은 뜻하지 않게 ‘토스뱅크가 자금이 없어서, 급하게 예금을 끌어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스뱅크의 자산이 국채, 금융채 등의 채권에 몰렸다는 점도 자산 건전성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3월 10일(현지시각)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의 자산 구조도 채권 중심이었고, 이 은행이 파산한 원인 중 하나가 채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3분기 기준, 토스뱅크는 국채 11조 2697억 원과 금융채 6조 1573억 원을 보유했다. 총자산에서 국채, 금융채, 지방채, 사채 등의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였다. SVB의 전체 자산 구성을 보면, 미국 국채와 같은 채권의 비중이 55%였다.

금융 전문가들은 “자산 구조에서 채권 비중이 높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통상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채권 가격이 내려갔다.

또한,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SVB의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이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 SVB는 가격이 떨어진 채권들을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했다.

SVB는 이러한 손해를 만회하려고 3조 원 규모의 유상 증자(새로 발행한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계획을 밝혔는데, 이로 인해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예금 인출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SVB는 파산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토스뱅크 역시 SVB처럼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걸까?

토스뱅크 관계자는 “SVB와 토스뱅크가 유사한 점은 채권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뿐이다. SVB는 만기가 10년~30년인 주택저당증권(MBS)에 주로 투자했다. MBS는 현금화가 어렵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MBS를 급하게 팔면 손해가 클 수 있다. 토스뱅크가 갖고 있는 채권은 대부분 1년, 2년 만기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는 만기 3년 이내가 10조 3552억 원, 3년 이상이 6조 7718억 원이었다. SVB 파산 사태에서 문제가 된 건 장기 채권(만기 5년 이상)이었는데, 장기 채권은 시장에서 거래가 잘 안돼서 현금화가 어렵다. 토스뱅크의 전체 유가증권 중 장기채권의 비중은 0.36% 정도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유동성이 높은 단기 국공채 위주로 투자를 해서, 자산 구조의 안전성이 높다. 1년 미만의 국공채는 시장에서 거래도 잘 된다. 또한, 단기 채권은 가격이 하락해도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을 그대로 상환받을 수 있다. 채권 가격이 떨어졌어도, 이를 매도하지 않고 원금을 받으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토스뱅크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하 LCR)이 833.5%(14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비율을 뜻한다. 시중은행의 평균 LCR은 100%이기 때문에, 토스뱅크의 LCR은 이보다 8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이어,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보유한 채권들의 평가손실은 크게 줄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평가손실(유가증권의 시장 가격이 장부 금액보다 낮게 책정돼, 그 차이만큼 발생하는 손실)은 지난해 3분기 2385억 원에서 최근 600억 원대로 줄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서 토스뱅크가 보유한 채권의 시장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이에 따른 평가손실은 크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도 토스뱅크의 위기설이 다소 과장됐다고 이야기가 나온다. 토스뱅크의 수신상품은 적금, 수시입출식통장(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뿐이었다. 그래서, 토스뱅크가 수신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서, 선이자 예금이라는 ‘정기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CEO는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객이 이자를 받는 불편함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이자 예금 상품을 출시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토스뱅크의 해명으로 유동성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로 올랐다.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카카오뱅크 0.49%(전년동기대비 0.27%p↑) ▲케이뱅크 0.85%(0.41%p↑) ▲토스뱅크 0.72%(0.42%p↑)였다.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평균(0.62%)은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연체율 평균(0.21%)보다 3배 높았다.

대출 연체율 비교, 출처=금융감독원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이유는 중저신용자(신용점수가 KCB 점수 기준으로 820점 이하로 낮은 고객) 대상 대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 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은 25.1%~40.37% 사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연체율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 인터넷 전문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내줄 때 은행들은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받는다. 가산금리(신용도와 같은 조건에 따라 은행이 추가로 받는 금리)를 계산할 때 예상되는 연체율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출 연체율이 어느 정도 올라도,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계속 중저신용자 대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연체율이 높아지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

이에 인터넷 전문은행 3사는 앞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진행할 때 대안신용평가모델(대안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출 연체율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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