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풉, 이제서야 테슬라 흉내”…무서운 토요타, 굴욕에도 ‘속내’ 감췄다 [왜몰랐을카]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4. 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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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후발주자 토요타 역습
전기차 포함 전동화모델 올인
멀티 패스웨이·모빌리티 승부
라브4 하이브리드(왼쪽)와 모델Y [사진출처=토요타, 테슬라]
“전기차 올인(all in) 아니죠. 전동화 모델 올인 입니다”

토요타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시장 상황에 맞게 하이브리드(H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전기차(BEV)를 맞춤 출시하는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 전략을 추진한다.

‘이동의 가치’를 강화하고 사회 인프라로서 새로운 자동차 가치를 창출하는 ‘멀티 모빌리티’ 전략도 세웠다.

사토 코지 토요타자동차 신임 사장은 지난 7일 진행한 ‘해외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경영 체제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바꾸어갈 두 가지 방향성을 설명했다. ‘탄소중립’과 ‘이동 가치의 확장’이다.

‘4색 매력’ 전동화 모델로 승부
렉서스 전기차 UX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사토 코지 사장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33%, 2035년에는 50%가 넘는 저감 수준을 목표로 한다”며 “2050년을 향해 글로벌 토요타 직원들이 힘을 합쳐 탈탄소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전통적으로 강한 하이브리드카 또는 대세가 되고 있는 전기차에만 ‘올인’하지 않고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다.

신재생 에너지로 생활이 가능한 지역,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 전력 수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지역 등 세계 각지의 에너지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멀티 패스웨이’로 각 지역 상황에 맞게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로 전동화 선택지를 제공한다.

토요타 하이럭스 수소 연료 전지 프로토타입 파워트레인 [사진출처=토요타]
토요타가 전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판매중인 것도 멀티 패스웨이에 영향을 줬다. 토요타에 있어서도 북미, 중국, 유럽은 큰 시장이다.

토요타 전체 판매대수 10대 중 6대가 이들 시장에서 판매된다.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장이다.

토요타는 2035년까지 북미·중국·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10대 중 4대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판매된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차 텃밭’이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이곳은 전력 사정과 충전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전기차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하이브리드카 판매도 적다.

토요타 입장에서는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카 판매를 늘리는 게 전략적으로 이득이다.

‘혼네’ 감춘 토요타 전동화 전략
라브4 PHEV 시스템 [사진출처=토요타]
토요타가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출시해 350만대를 팔겠다는 목표에서도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1048만대를 판매했다. 2030년에도 판매대수가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3%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2030년에 글로벌 시장에서 1400만~15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비중은 23% 수준에 머문다. 4분의 3 가량은 다른 전동화 모델 몫인 셈이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전기차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이유는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토요타가 앞으로 상당기간 전기차에 올인할 수 없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토요타 협력업체는 4만개 이상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이나 하이브리드카보다 부품이 적게 들어가 일자리를 위협한다.

라브4 PHEV [사진출처=토요타]
토요타는 전기차 판매목표만 구체적 밝혔을 뿐 다른 전동화 모델 판매목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두 가지 목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해 테슬라 글로벌 판매대수(131만대)보다 2.6배 많은 350만대를 7년 뒤 목표로 제시했다. 토요타도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니 각오(?)하라는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테슬라 전기차 때문에 토요타는 망했다’ ‘하이브리드카 자만에 빠져 전기차 진출 시기를 놓쳤다’는 굴욕적 평가를 참고 견딘 이유가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도 담았다.

두번째로 전기차 ‘시선 집중’ 효과를 통해 토요타의 중요한 캐시카우인 다른 전동화 모델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가지도록 유도(?)했다.

전기차 대세에도 하이브리드를 포기하지 못하는 토요타(토요타가 그럼 그렇지)라는 비난을 피하는 동시에 경쟁상대들이 토요타의 전동화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했다.

‘혼네’(本音, 속마음)를 드러내지 않아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든 셈이다.

자동차, ‘모빌리티 허브’로 진화
토요타 bZ4X [사진출처=토요타]
토요타는 경영 핵심 키워드로 ‘이동 가치의 확장’도 꼽았다. 이를 위해 자동차만 생산·판매하는 회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사토 코지 사장은 “미래의 자동차는 전동화, 지능화, 다양화를 통해 사회와 연결된 존재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통신과 금융 등 다른 분야의 다양한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결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전기를 운반할 수 있는 전기차는 에너지 그리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또 차량이나 이용자를 통해 모인 정보를 활용하면 차는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아린(Arene)은 차량 진화를 지탱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된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는 새로운 이동수단인 ‘하늘을 나는 차’가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교통, 물류, 생활방식 등 사회에 스며들거나 일체가 된 친환경 모빌리티 시스템으로 웰빙을 실현할 수 있다.

토요타 모빌리티 콘셉트 [사진출처=토요타]
현재 토요타는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미래형 도시인 우븐 시티(Woven City)에서 모빌리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실증 실험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물류 구조 구축, 자율주행 모빌리티 개발, 우븐 시티를 기점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의 공급망 실증 등으로 자동차 산업과 연결된 부가가치 창출을 추진한다.

사토 코지 신임 사장은 “탄소중립과 이동 가치의 확장, 두 가지 테마를 축으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모빌리티 사회의 모습을 정리한 것이 ‘토요타 모빌리티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안전하게 안심을 주는 운전, 운전하는 즐거움 등 지금까지 지켜온 본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차량을 사회에 더욱 도움이 되는 존재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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