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유동규, 첫 법정공방…"불법 용인 했을리가" "김용·정진상 비위 몰랐나"(종합)
기사내용 요약
변호인과 공방 중 이재명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李 "1공단 1000억원 발언 논리적이지 않아" 되물어
유동규 "김만배 대장동 합류, 시장님이 더 잘 알아"
李 "불법 용인안해"…"공신들 취업은 중범죄 아니냐"
[서울=뉴시스] 김진아 신귀혜 기자 = 한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자처하다 입장을 바꿔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와 첫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주장의 헛점을 추궁하며 여유로움을 유지한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질문을 거듭할수록 진술이 번복되는 등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대표가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자신이 대장동 사업 등 불법을 허용했을리 없다는 발언을 내놓자,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 측근의 비위를 폭로하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공판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성을 암시할 수 있는 증언과 함께 김 전 처장 사망 이후 이 대표 측이 유족에게 기자회견 등을 만류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직접 대화는 2021년 대선 직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이날 공방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유 전 본부장이 위례신도시 사업 등 현안을 직접 보고했다는 주장을 추궁하며 시작됐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유 전 본부장에게 '기획본부장 재직 시절 현안에 대해 시장이던 피고인에게 수시로 직접 보고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위례와 대장동 관련"이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두루뭉술하다"며 캐묻자 유 전 본부장은 "성남 1공단 공원화 관련해 처음부터 결합 방식을 얘기하지 않았느냐. 저와 이재명 시장이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논의한 게 기억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웬만하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유 전 본부장이 "아니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질문을 계속했다.
그는 "얘기를 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을 했다는 말이죠?", "검찰에 진술한 걸 들어보니 1000억원이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변호사)에게 얘기했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이 금액 등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녹취록에 1000억원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2013년 3월이었는데, 이 얘기를 나한테 들었다고 하면서 검찰 조사에서는 정진상(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들은 얘기라고 했죠"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2월 신년간담회 등에서 대장동 개발로 3700억원이 남는데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등 설명을 하지 않았느냐"며 "한 달 뒤 제가 1000억원 밖에 안 들어간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 제가 말씀을 드렸다"며 "관련 상황에 대해 시장님과 제가 측면에 부대시설을 지어 분양하고 후면을 공원으로 만들지 여부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한 게 있다"고 다소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린 것은 없어 보이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었느냐", "1000억원이면 (공원 조성이) 된다는 이야기를 정진상한테 들었다고 증인이 진술했는데, 기억도 나지 않느냐"면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집요한 질문을 이어가면서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세에 몰리는 듯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위례 관련 김문기와 저한테 직접 보고를 했다고 말했죠"라고 캐묻자 "위례 자체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문기가 담당 팀장이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말했고 함께 보고했다고 생각하지만 보고한 자체는 김문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대부분 질문에 "기억이 명확치 않다"고 답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업 합류 얘기를 꺼내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가 "2015년 1월 호주 출장에서 김만배가 사업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인가" "이들이 뇌물을 받고 유착됐다고 다 자백했는데, 불법적으로 공모해 사업에 내정됐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과 협의했다. 시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나는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숨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증인의 불법행위를 내가 용인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것을 모르셨느냐. 시장님 최측근으로 다 알고 있었잖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시장님은 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셨느냐. 범죄를 아랫사람에게 안시켰느냐"며 "다 시켜놓고 암암리에 용인되는 걸 했지 않느냐. 시청에 공신들 불법 취업시키는 것은 중범죄가 아니냐"며 격분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16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에는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김 전 처장 등과 동행한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실무를 맡았던 당시 성남시청 주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일부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한 방을 쓴 것으로 확인됐는데, 당시 골프 등 별도 일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방송사 인터뷰·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고 답했는데, 검찰은 이 대표가 당선을 앞둔 시점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등 이 대표 역점 공약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 2021년 12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될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며 논란이 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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