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순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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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는 신이 인간을 한 명, 한 명 만들면서 각자에게 능력을 부여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표상아 연출은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는 데 초점을 뒀다"며 "신이 인간을 만든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컴퓨터 세계와 결합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잘 아울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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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신이 나를 만들 때 '멍청함' 한 스푼, '못생김' 세 스푼, '뻔뻔함'은 한 병 통째로 넣어 버린 뒤 '재력', '행운', '건강' 등 좋은 것들을 넣는 걸 까먹었다면?
창작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는 신이 인간을 한 명, 한 명 만들면서 각자에게 능력을 부여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몇 년 전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밈을 모티브로 삼았다.
극 중 '신'은 클라우드 창조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인간을 창조한다. 되도록 공평하게 능력을 나눠주려 하지만, 인간들의 불만은 끝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잔뜩 화가 난 인간 '악상'이 찾아와 인생을 환불해 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은 뭘 해도 안 되는 '불운의 아이콘'인데, 옆집에 사는 '호상'은 어떤 일을 해도 술술 잘 풀린다며,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하소연한다.
극은 인생 환불을 위해 투쟁하는 악상을 비롯해 인간 창조에 열의를 잃어버린 신, 신도 잊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내려는 '영', 남모르는 아픔을 지닌 호상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각자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작품에서 신이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이 모두 디지털로 처리된다.
컴퓨터에 입력값을 넣거나 빼면 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나 오류가 생겼을 때 대처법 등도 마치 컴퓨터 사용법과 비슷하다는 설정이 무대를 재기발랄하게 만든다.
표상아 연출은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는 데 초점을 뒀다"며 "신이 인간을 만든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컴퓨터 세계와 결합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잘 아울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시각각 공간이 변하고, 여러 장치가 많이 나온다"며 "온라인에서 유행한 밈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이걸 무대에 구현하면서 영상이나 소품 등을 귀여운 것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로 창작뮤지컬이 한정된 공간인 무대를 어떻게 운영해서 관객들을 만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독특한 소재나 재밌는 발상이 무대에 구현될 때 더 많은 관객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대사에 멜로디를 붙이는 전형적인 뮤지컬 음악이 아닌 밴드가 연주하는 팝 스타일에 가사를 붙인 음악으로 극을 속도감 있게 끌고 간다.
김희은 음악감독은 "코미디 장르를 어떻게 음악으로 구현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록, 보사노바, 스윙 등 다양한 팝 장르를 활용했고, 여기에 어떻게 하면 재미를 줄 수 있을지 다양한 음향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거대하고 철학적인 담론을 던져두고 다소 교훈적인 내용으로 귀결되는 서사에는 아쉬운 반응도 나올 수 있다.
극 중 악상은 신이 자기에게 준 것은 오기, 똘끼, 객기, 독기뿐이라고 하소연하는데, 이에 영은 이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오기, '모두 예스(Yes)라고 말할 때 노(No)라고 하는' 똘끼, '전혀 쫄지 않는' 객기, '실패해도 일어나는' 독기가 아니냐고 위로한다.
표 연출은 "이 작품은 전형적인 모험 서사극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판"이라며 "극 중 악상이 갑자기 갑자기 마주하는 요소(드라마)들은 현대 사회가 수도 없이 말하는 공정, 정의 등과 약간씩 닿아있다. 이를 재치 있게 꼬아 놓은 풍자 동화"라고 말했다.
공연은 6월 11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이어진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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