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제2의 BTS' 아닌 제1의 세븐틴
초동 1,400장→400만 장 드라마, 이유 있는 성장세
그룹 세븐틴이 데뷔 9년 차에 또 한 번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컴백 전부터 앨범 선주문량 464만 장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기세를 자랑했던 이들은 지난 24일 컴백 첫날 판매량 399만 장(한터차트 기준)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이는 K팝 가수 앨범 초동 판매량 1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치열한 K팝 시장 속 세븐틴의 독보적인 위상을 증명했다.
세븐틴의 미니 10집 'FML'은 발매 이튿날인 지난 25일 이미 누적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첫날 판매량만으로 K팝 초동 신기록을 세웠지만 초동 판매량이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만큼 이들의 최종 성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비단 앨범 판매량만 높은 것이 아니다. 'FML'의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손오공' 역시 음원 발매 이후 국내외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꿰차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세븐틴은 앞서 지난해 발매한 정규 4집 리패키지 앨범 '섹터17'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에서 자체 최고인 4위에 이름을 올렸던 바, 전작(정규 4집 '페이스 더 선'은 초동 판매량 206만7,769장을 기록했다)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번 앨범으로 이들이 첫 '빌보드200' 1위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단식 성장, 9년 차 세븐틴의 '커리어 하이' 비결은
세븐틴의 커리어 고공행진은 한 순간에 이뤄진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2015년 데뷔 당시 초동 1,400장(미니 1집 '17 캐럿')으로 출발했던 이들은 지난 8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어온 끝에 '역대 K팝 가수 초동 1위'라는 값진 성적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이 계단식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멤버 우지를 필두로 한 자체 프로듀싱으로 자신들만의 색깔과 메시지를 더한 웰메이드 음악 △13명의 다인원 그룹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압도적인 퍼포먼스 △멤버들 간의 케미는 물론 각각의 매력까지 조명한 자체 콘텐츠 △예능부터 뮤지컬까지 각자의 역량을 살린 다양한 개인 활동 등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묵묵하지만 쉴 틈 없이 이어온 이들의 음악적 발자취와 그 안에 담긴 단단한 성장 의지였다.
신곡 '손오공'에서도 이들은 "땅을 보고 계속 올랐지 정상까지/ 많은 시련은 보란 듯이/ I Always Win/ 강한 마음이 중요하지/ 미래는 도망가지 않아 내가 놓기 전까지 (...) 계속 달릴 수 있어 더/ 여기까지 오르면서/ 그 덕분에 우린/마치 된 것 같아 손오공/알리지 우리는 등장 중/여전히 세대를 뒤바꿈/멈추지 않아 뜀박 중/발이 꼬여도 뒷박 쿵"이라는 가사로 끊임 없는 성장 의지를 드러냈다.
'제2의 BTS'보다 '제1의 세븐틴' 돼야
세븐틴의 가파른 성장세에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방탄소년단의 군백기를 메울 '제2의 BTS'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세븐틴이 방탄소년단과 같은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인데다 현 K팝 시장에 방탄소년단 급의 파급력과 인기를 구가하는 보이그룹이 전무했던 만큼 차기 주자의 등장에 대한 기대를 담은 수식어다.
물론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톱 클래스' 그룹 반열에 이름을 올린 방탄소년단과 비견되는 것은 K팝 보이그룹으로서 실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넓은 시각으로 봤을 때, '제2의' BTS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들의 발자취를 답습하는 그룹의 탄생 보다는 또 다른 방식으로 K팝의 인기를 견인할 '제1의' 그룹들이 탄생하는 것이 K팝 시장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븐틴은 '제2의 BTS'가 아닌 '제1의 세븐틴'으로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던 K팝 보이그룹 시장에서 세븐틴이 또 하나의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을지 기대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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