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9개 구단은 왜 다시 트랙맨을 선택했나… 신뢰의 인정, 발전 가능성의 인정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창원NC파크와 수원케이티위즈파크의 전광판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투수의 공 하나를 보고 전광판으로 눈을 돌리면,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숫자들이 찍혀 나온다. 단순히 투수의 구속을 제공하던 것을 떠나 구종과 분당 회전수(RPM) 등 다양한 정보가 고개를 돌린 팬들을 기다린다.
이 데이터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트랙맨’ 레이더가 추적, 투구를 마치자마자 실시간으로 수치화돼 전광판으로 송출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람의 눈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한 데이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팬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KBO리그에도 트래킹 시스템의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선수단에서도 이 데이터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로 자리 잡았다. 경기가 끝나면 자신의 트래킹 데이터를 찾는 선수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게 KBO리그 전력 분석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도 이전의 두루뭉술한 ‘감’이 아닌, 정확한 숫자로 현상을 파악하고 처방을 고민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다양한 업체가 각자 시스템의 장점을 앞세워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 9개 구단의 트래킹 데이터 선택은 올해도 트랙맨이었다.
트랙맨 시스템은 2015년 메이저리그의 ‘스탯캐스트’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군의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을 스포츠에 접목해 다양한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한다. 트랙맨과 손잡은 메이저리그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데이터를 가공해 팬들에게 공개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금도 미국 마이너리그, 대학 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이 트랙맨 시스템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골프에서는 이미 일상생활까지 들어왔을 정도로 친숙하다.
KBO리그에서의 트랙맨 시스템은 2017년 삼성과 한화가 채택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0년 정도부터는 KIA를 제외한 KBO리그 9개 구단이 모두 이 트랙맨 시스템을 채택해 전력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구단들의 선택은 트랙맨이었다. 기존 9개 구단이 모두 트랙맨과 재계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중 절대 다수가 단년 계약이 아닌 장기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9개 구단은 타 업체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트랙맨 시스템을 재신임했을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그간 사용하면서 기술력에 대해 충분히 만족했고 또한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다. 그리고 트랙맨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트랙맨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화하는 양상 또한 뚜렷하게 확인했다. 별 탈 없이 9개 구단과 재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에서 트랙맨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는 ‘스포티스틱스’의 김진우 대표는 “여러 시스템이 있지만 현존하는 데이터 트래킹 기술 중 트랙맨이 안정적이고 정확하다는 인식들이 구단 사이에 있었다.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이 시스템과 데이터를 운영해주는 우리 실무진들이 있고, 또 시스템들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고 구단들의 선택 배경을 설명한 뒤 “구단들의 요청 사항이 있으면 즉각 반영한다.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트랙맨은 구단들의 의견을 활용해 근래 시스템을 V2에서 V3로 업그레이드하는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현재 트랙맨 시스템은 1‧2군을 통틀어 총 18개 구장에 설치되어 있다. 1군뿐만 아니라 계약 팀들의 2군도 정확한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끔 구축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목동구장에도 설치가 돼 아마야구 선수들에 대한 정보까지 9개 구단에 제공한다. 2017년부터 쌓인 노하우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시스템도 이미 안정화 수순에 들어섰다. 데이터의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스템의 안정성과 피드백인데 트랙맨은 업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널리 쓰이는 시스템이라 관련 자료를 공유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일본 도쿄돔에도 트랙맨 시스템이 깔려 있고, 지난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쿄 1‧2라운드 당시에도 모든 데이터를 트랙맨 시스템이 제공했다. 김 대표는 “KBO리그의 데이터와 미국 마이너리그의 데이터, 그리고 일본프로야구의 데이터도 교환이 가능하다. 국제적 활용성 또한 트랙맨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장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많은 장비들이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트랙맨도 ‘모든 부분에서 우리가 최고’라고 무리하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업그레이드의 여지는 타 업체에 비해 크다는 시선이다. 실제 레이더 방식의 트랙맨은 근래 들어 카메라 방식의 장점도 적극적으로 수용 중이다. 현재 트랙맨에도 레이더에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은 장비를 추가하고 보완해 레이더 방식과 카메라 방식의 장점을 모두 아우르는 시스템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3D 스핀, 그리고 플레이어 트래킹 기술이 올해 KBO리그에 도입된다. 구단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플레이어 트래킹 기술이 도입되면 선수들의 주루나 수비 등도 세밀한 추적이 가능해 트랙맨 시스템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대표는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면서 트래킹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랙맨도 AI 기술을 접목해 더 정밀하고 정확하고, 또 더 빠른 데이터의 산출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존 트랙맨 시스템의 향상은 물론, 트랙맨보다 더 좋은 장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해 프로야구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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