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앓는 소리 무색케 한 '부캐'…이제 '본캐'가 관건

신성우 기자 2023. 4.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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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며 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중소, 대형 건설사에 관계없이 당분간은 수익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푸념까지 들리는 가운데, 예상 외로 주요 건설사는 올해 1분기 우려 대비 양호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나름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캐'인 주택건축 사업 부문보다 '부캐'에 있습니다.

오늘(28일) 오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DL이앤씨는 연결기준 매출 1조8천501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3%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이 크게 뒷걸음질쳤지만, 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는 꽤 상회했습니다. 플랜트 부문의 힘입니다.

DL이앤씨는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주택 원가율 상승의 영향"이라면서도 "플랜트 이익 증가로 이를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DL이앤씨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분기 주택 원가율은 92.3%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10.3%포인트 뛴 것입니다. 반면, 플랜트 부문의 원가율은 80.9%를 기록했습니다.

한 마디로 집 지어 팔아도 남는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부캐', 플랜트 부문이 DL이앤씨를 살렸습니다.

부문 별 매출을 비교해봐도 주택 부문이 1.1% 증가, 토목 부문이 7.5% 하락하는 동안 플랜트 부문은 98.8% 뛰었습니다.

영업이익 소폭 상승…신사업 부문이 견인

다른 건설사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부캐' 덕분에 올해 1분기 '선방'한 모양새입니다.

어제(2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GS건설은 매출 3조5천130억원, 영업이익 1천5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이 3.9% 늘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오히려 소폭 성장했습니다.

매출로부터 얼마 만큼의 이익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에서 '부캐'의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GS건설에 따르면, 1분기 주택 건축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9.8%를 기록했는데, 신사업 부문은 23.5%를 달성했습니다.

주택 건축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1년 사이 4.8%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신사업 부문은 7.5%포인트 뛰었습니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수처리 플랜트 사업을 하는 GS이니마가 신사업 부문을 견인했습니다. 지난 2019년 브라질 수처리 업체 'BRK 암비엔탈'의 산업용수 사업 부문을 인수해 남미 시장에 진출했고 이어 오만,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며 반경을 넓히고 있습니다.

GS건설은 "신사업 부문에서 진행 중인 해외 투자 개발 사업 등이 결실을 거둬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며 "적극적인 신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란히 시장 전망치 상회…'본캐'도 잘해야
이밖에 현대건설은 1분기 1.2% 증가한 1천7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매출이 6조310억원으로 45.5% 급증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러닝터널 및 자푸라 가스 처리 시설, 이라크 바스라 정유 공장 등 해외에서 수주한 대형 사업장의 실적이 반영된 영향입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2% 감소한 1천7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200억원 가까이 상회했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택건축사업부문에서 원가율 급등 요인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비주택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토목사업부문의 이라크 알 포 PJ와 플랜트사업부문의 나이지리아 LNG Train7 PJ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 가속화에 따른 기성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경기가 안 좋아졌지만, 국내 메이저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신사업 실적이 어느 정도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큰 이변이 없다면 지금 같은 추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주택 경기의 변수, 신사업 실패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주택 외 사업 부분 비중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건설사의 '본캐'는 여전히 매출 비중의 60~70%를 차지하는 주택 부문입니다. '부캐'뿐 아니라 '본캐'도 잘해야, 선방 수준을 넘어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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