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거짓말했냐" "시장님 보호하려고"... 이재명과 유동규 법정 충돌
이 대표, 증인 유동규에 수차례 직접 질문
"유동규 진술 모순 많다" 잇따라 지적하자
유 "시장님은 형님을 정신병원에" 말하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맞붙었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주장의 모순점을 직접 따져 물은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적극적으로 반박했지만, 이 대표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선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측의 반대신문을 받았다.
이재명, 유동규에 수차례 직접 질문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이 직접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의 공적 관계를 강조한 유 전 본부장 진술을 파고들었다. 이 대표는 특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다는 유 전 본부장 주장을 캐물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 (자금 조달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이탈 문제가 있어서 김 전 처장이랑 (나에게) 보고했다고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명확지 않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 답변에 "수차례 김 전 처장이랑 보고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재차 몰아붙이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 재임 기간에 여러 차례 보고를 간 건 맞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위례 사업 관련한 보고를 구체적으로 무엇을 몇 번이나 했냐"고 캐묻자, 유 전 본부장은 "내가 미래에셋증권이 이탈하고, 호반건설이 대신 들어온 것, 호반건설이 들어와서 돈(토지 매매 계약금)을 내냐 안 내냐고 한 걸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검찰에 거짓말을 한 거냐"며 유 전 본부장 진술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과거 검찰 진술에선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건 2013년 11월 28일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수차례 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처음에는 시장님이 (관련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1월 28일 보고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11월 28일은 호반건설이 매매 계약금 조달을 철회한 시점이다. 호반건설 이탈 위기로 사업이 좌초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고했냐는 게 이 대표 질문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28일 자 시장님 관련 보고서가 있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업무가 엄청 바쁜 날인데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서류로 갖다주면 되지 않냐"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이 보고하라 그래서 만들지 않았겠냐"며 "어떻게든 성공시키라고 하지 않았냐"고 맞받았다.
유동규 "하급자 시켜 정신병원 넣지 않았냐" 소란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해외출장 당시 화천대유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다고 말한 게 맞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김씨와 불법적으로 사업자 공모가 예정돼 있다는 거냐, 다른 팀도 들어온다는 취지로 얘기한 거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불법이란 단어를 꺼낸 적은 없지만 정진상에게 사업자 공모에 들어온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에 "제가 불법행위를 용인할 거라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은 하급자 시켜 형님을 정신병원에 넣지 않았냐"고 답하면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이 1공단 공원화 사업에 1,0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했다"는 유 전 본부장 검찰 진술을 따져 묻기도 했다. 이 대표가 2013년 2월 주민설명회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예상 사업 수익 3,700억 원 중 2,000억 원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해놓고, 한 달 뒤 유 전 본부장에게 그 비용을 1,000억 원으로 낮추라고 말했다는 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제가 아이디어를 설명드리고 시장님과 관련 그림을 그려가면서 대화한 게 기억이 안 나시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재차 "제가 그림을 그린 건 아닌 것 같고, 1,000억 원이라고 말한 건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맞받았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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