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거짓말했냐" "시장님 보호하려고"... 이재명과 유동규 법정 충돌

박준규 2023. 4.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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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허위사실 혐의 5차 공판]
이 대표, 증인 유동규에 수차례 직접 질문
"유동규 진술 모순 많다" 잇따라 지적하자
유 "시장님은 형님을 정신병원에" 말하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맞붙었다. 대표가 유 전 본부장 주장의 모순점을 직접 따져 물은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적극적으로 반박했지만, 이 대표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선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측의 반대신문을 받았다.


이재명, 유동규에 수차례 직접 질문

유동규(왼쪽)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이 직접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의 공적 관계를 강조한 유 전 본부장 진술을 파고들었다. 이 대표는 특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다는 유 전 본부장 주장을 캐물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 (자금 조달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이탈 문제가 있어서 김 전 처장이랑 (나에게) 보고했다고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명확지 않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 답변에 "수차례 김 전 처장이랑 보고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재차 몰아붙이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 재임 기간에 여러 차례 보고를 간 건 맞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위례 사업 관련한 보고를 구체적으로 무엇을 몇 번이나 했냐"고 캐묻자, 유 전 본부장은 "내가 미래에셋증권이 이탈하고, 호반건설이 대신 들어온 것, 호반건설이 들어와서 돈(토지 매매 계약금)을 내냐 안 내냐고 한 걸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검찰에 거짓말을 한 거냐"며 유 전 본부장 진술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과거 검찰 진술에선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건 2013년 11월 28일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수차례 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처음에는 시장님이 (관련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1월 28일 보고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11월 28일은 호반건설이 매매 계약금 조달을 철회한 시점이다. 호반건설 이탈 위기로 사업이 좌초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고했냐는 게 이 대표 질문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28일 자 시장님 관련 보고서가 있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업무가 엄청 바쁜 날인데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서류로 갖다주면 되지 않냐"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이 보고하라 그래서 만들지 않았겠냐"며 "어떻게든 성공시키라고 하지 않았냐"고 맞받았다.


유동규 "하급자 시켜 정신병원 넣지 않았냐" 소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해외출장 당시 화천대유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다고 말한 게 맞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김씨와 불법적으로 사업자 공모가 예정돼 있다는 거냐, 다른 팀도 들어온다는 취지로 얘기한 거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불법이란 단어를 꺼낸 적은 없지만 정진상에게 사업자 공모에 들어온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에 "제가 불법행위를 용인할 거라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은 하급자 시켜 형님을 정신병원에 넣지 않았냐"고 답하면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이 1공단 공원화 사업에 1,0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했다"는 유 전 본부장 검찰 진술을 따져 묻기도 했다. 이 대표가 2013년 2월 주민설명회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예상 사업 수익 3,700억 원 중 2,000억 원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해놓고, 한 달 뒤 유 전 본부장에게 그 비용을 1,000억 원으로 낮추라고 말했다는 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제가 아이디어를 설명드리고 시장님과 관련 그림을 그려가면서 대화한 게 기억이 안 나시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재차 "제가 그림을 그린 건 아닌 것 같고, 1,000억 원이라고 말한 건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맞받았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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