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 선거 컨설팅·홍보물 특수관계 2곳에 몰렸다 [심층기획]
‘얌전한고양이’ 36억·‘윈지’ 15억 매출
선거비용 보전받는 공보물 등서 수익
‘얌전한고양이’ 광역단체장, ‘윈지’는 기초단체장이 주고객
송영길·박남춘 등 얌전한고양이 ‘고객’
임미애 12억원 최다 지출… 宋은 5.5억
윈지, 광역단체장 계약은 김동연 유일
이재준·배국환 등 수도권 기초長 많아
전인호 대표, 이재명 캠프서 홍보 총괄
박시영 前 대표, 혁신위 부위원장 역임
양사 출신 민주 의원실 보좌진 채용도
28일 세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17개 시·도지사 후보와 226개 기초단체장 후보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얌전한고양이는 35억9475만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윈지는 15억3951만원이었다.
얌전한고양이는 광역단체장 후보자 가운데 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서울시장·변성완 부산시장·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자를 비롯해 임미애 경북지사·양문석 경남지사 후보자와 각각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윈지는 주로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후보자 위주로 매출을 올렸고, 광역단체장 후보자 중에는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와 계약했다.
두 회사는 선거홍보 공보물 인쇄와 유세차 임차 등 전통적인 선거 홍보 분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선거전략 수립·홍보컨설팅·정책공약 개발 컨설팅 등 선거전략 컨설팅 본연의 업무에서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대부분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는 항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얌전한고양이 전인호 대표는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문재인 정책 1번가’를 선보인 바 있다. 2022년 이재명 대통령 후보 캠프 홍보소통본부 부단장을 맡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할 당시에도 함께했다고 한다. 경기도지사 캠페인 슬로건인 ‘공정한 세상, 새로운 경기도’가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윈지를 거쳐간 이들은 민주당 주요 당직을 맡기도 했다. 대주주 이근형 전 대표는 21대 총선 당시 전략기획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다. 당시 윈지가 4·15 총선 후보 적합도 등 당의 공천 관련 여론조사를 맡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얌전한고양이는 대부분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들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제한비용은 평균 15억5300만원으로, 1억8100만원인 기초단체장 후보자 제한비용보다 9배가량 많았던 만큼 얌전한고양이의 매출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얌전한고양이에 5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이 중 4억4000만원이 홍보컨설팅 계약이고, 1억1000만원은 인터넷 포털 배너 광고비 명목이다. 송 후보자 캠프가 신고한 정치자금 총액 48억원 중 11%에 달한다. 송 후보는 얌전한고양이 외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도 3억7400만원 규모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는 얌전한고양이와 7억9584만원 계약을 맺었다. 선거공보 기획 도안료 2억4396만원과 유세차 임차비 등의 액수가 컸다. 총 선거비 19억원 중 41%에 달하는 규모다.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는 얌전한고양이와 5억9514만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컨설팅비용 1억1210만원과 인터넷 포털 배너 광고료 1억1000만원, 선거공보물 인쇄비용 2억3273만원, 선거 유세용 티셔츠 제작 비용 등이 포함됐다. 박 후보는 선거에서 총 18억원가량이 소요됐다고 신고했다.
임미애 경북지사 후보는 선거공보와 벽보 인쇄비 명목으로 9억3528만원과 기타 컨설팅 계약으로 2억5140만원 등 12억3528만원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자가 컨설팅 업체와 맺은 계약 중 가장 큰 액수였다. 총 선거비 20억6146만원 중 60%에 달하는 비중이다. 양문석 경남지사 후보는 선거벽보와 공보물 기획도안료로 3억1663만원 규모 계약을 얌전한고양이와 맺었다고 신고했다.
윈지는 광역단체장 후보 중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와 계약했고, 나머지 고객들은 대부분 수도권 기초단체장 후보들이었다. 윈지는 김 지사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 이재준 고양시장·배국환 성남시장·정동균 양평군수 후보자와 같은 당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순희 강북구청장·김기영 서초구청장·최동민 동대문구청장·오영수 동작구청장 후보 등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사 후보는 윈지와 10억9831만원을 거래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중 대부분이 선거 유세차량 임차비와 유류비로 10억7700만원가량이 소요됐다. 나머지는 선거컨설팅비용과 여론조사 2회 실시 비용으로, 각각 1000만원, 1100만원이 들었다.
이 고양시장 후보는 윈지에 1억2580만원을 지출했다. 대부분 선거공보물과 명함 기획·디자인·인쇄비, 유세용 LED전광판·차량 임차비가 대부분이었다. 정 양평군수 후보자가 맺은 1750만원 계약도 대부분 선거공보물 인쇄비와 유세차량 임차비였다. 배 성남시장 후보는 여론조사 400만원과 컨설팅 비용 1000만원을 지출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윈지에 4600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본선 컨설팅 비용 500만원과 여론조사 비용 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3800만원은 대부분 인쇄물과 공보물 제작에 쓰였다. 채 후보자는 박시영 전 윈지 대표가 운영 중인 박시영TV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순희 후보는 4865만원이다. 역시 선거비용 보전 항목인 유세차 임차비와 래핑 디자인, 선거벽보·공보물 인쇄비였다. 김기영 서초구청장 후보는 윈지에 7422만원을 지출했는데, 역시 선거비 보전 신청이 가능한 선거공보와 벽보, 연설차 임차비, 로고성 제작비였다. 최 동대문구청장 후보는 4679만원을, 오 동작구청장 후보는 6822만원을 윈지에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두 회사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여론조사 계약을 맺기도 했다.
국회사무처 정보공개포털 ‘국회의원 소규모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 박주민·이재정·김용민 의원은 2021년 4월 18~19일 보궐선거 패배원인분석 여론조사를 윈지에 의뢰했고 총 500만원을 지출했다. 신동근 의원도 부동산 거래·국유재산 매입·법인세 인하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위해 건당 250만원씩을 윈지에 지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외교현안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명목으로 500만원을 윈지에 지출한 바 있다. 안민석 의원은 경기도 정책의제 조사 및 경기북도 설치 여론조사를 한다며 얌전한고양이에 500만원을 지출했다.
◆‘정치컨설팅’의 세계
미국과 달리 ‘로비스트법’이 없는 한국에서 정치컨설팅 업체는 정치 홍보기획 회사에 가깝다. 선거전략부터 공약, 홍보물 제작까지 두루 맡는다. 여의도에 정치 컨설팅이라는 업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1년 제1회 지방선거 때부터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31년 만에 부활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1만5000여명에 달하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는 시장이 형성됐다. 30년 가까이 수많은 정치 컨설팅 회사들이 명멸을 이어오고 있다. 선거 시즌 외에도 상시 운영하며 후보들의 정책을 점검하고 여론을 살피는 등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정치권과도 밀접하게 교류하며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현우·김승환·배민영·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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