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법정서 이재명에 “형님 정신병원 집어넣게 시켰잖아요!”

이세영 기자 2023. 4.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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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법정서 “내가 불법 용인했겠냐” 힐난하자, 유동규 격하게 반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뉴스1

“불법 행위를 하면 제가 용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몰랐습니까”(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28일 오후 법정에서 처음으로 만나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자신의 변호인을 거치지 않고 유동규씨를 직접 신문했다.

둘은 이날 여덟 차례 정도 직접 공방을 주고 받았다. 재판 중반쯤 이 대표가 유씨에게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이 사업(대장동)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2015년 1월 호주 출장 때 저한테 말씀하셨다는 얘기죠?”라고 물으면서 두 사람의 감정이 극적으로 치달았다. 유씨는 “시장님도 잘 아시지 않느냐”며 “(최측근인)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다시 “(제가) 이권 관계 사업은 반드시 수사 받게 된다고 했다”며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항 속 금붕어라고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느냐”며 유씨를 압박했다. 유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시장님은 형님 정신병원을 왜 강제로 집어넣었나”며 “그런 범죄라든지 그런 걸 밑에 사람들 안 시켰나. 다 시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되는 부분들은 암암리에 다하지 않았느냐. 시청에 시장님 공신들 불법 취업을 하게 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재판장은 “논점에 벗어나는 질문들이 나왔다”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받는 피고인으로, 유동규씨는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증인으로 나온 것이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15년 가까이 동지적 관계였던 두 사람이 적(敵)으로 만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문기씨와 함께 시장님에게 수차례 보고하러 갔다”는 유씨의 증언을 탄핵하기 위해, 유씨를 직접 신문하며 그의 진술 신빙성을 파고 들었다. 유씨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며 이 대표와 맞붙었다. 유씨는 그간 이 재판에서 이 대표를 ‘이재명씨’라고 했는데, 이 대표와 직접 공방을 주고 받을 땐 ‘시장님’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씨를 바라보며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 웬만하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물었다. 이에 유씨는 “아니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 김문기씨와 함께 여러 차례 제게 대면으로 직보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유씨는 “위례신도시 사업인지 어떤 사업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김문기씨와 함께 둘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님한테 보고한 건 맞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까 증인(유동규)이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김문기씨와 같이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하자, 유씨는 “김문기씨랑 같이 (보고하러) 간 것이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시장님 재임 기간에 김문기씨랑 여러 차례 (보고하러) 갔다. 다만, 위례신도시 사업 때문에 (보고를) 갔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유씨에게 “제가 김문기씨를 부른 호칭이 ‘처장’과 ‘팀장’ 둘 중에 어떤 것이었나”라고 물었다. 유씨는 “팀장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까는 처장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유씨는 “제가 김문기씨에게 ‘김 처장, 김 처장’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처장이라고 불렀지 않았을까 하는 기억도 있다. (10여 년 전 일인데) 사진 찍듯이 기억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어쨌든 (팀장이나 처장) 둘 중 하나”라고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스1

법조인들은 “이재명 대표가 특히 김문기씨와 관련된 유동규씨의 진술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김문기씨와 관련된 진술과 증거를 부인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김문기씨, 유동규씨 등이 2015년 1월 6~16일 호주, 뉴질랜드로 출장을 갔고 세 사람이 함께 호주에서 골프를 치거나 관광을 하는 사진과 영상 등이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유동규씨도 지난 17일 취재진을 만나 “김문기씨가 2명만 탑승할 수 있는 카트를 직접 몰아 이 대표를 보좌했다”며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 팀장, 거기 (골프공) 있어?’ 이런 말도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법정에서 김문기씨가 2021년 11~12월 ‘이재명’으로 저장된 연락처로부터 단체 문자메시지를 수회 수신했으며, 이 대표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도 참여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생일도 휴대전화에 기록해놨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김씨는 이 대표가 스스로 최대 치적이라고 했던 대장동, 제1공단 등 사업의 주무 부서장으로 수차례 대면 보고를 하고 업무를 보좌했다”며 “김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 대표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등 사적·공적 관계에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경험적 행위를 공유한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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