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대책위 “보여주기식 대책… 피해자 인정 조건 완화해야”

윤준호 2023. 4.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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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가 피해자 지원과 주거 안정 방안으로 내놓은 특별법을 '보여주기식' 대응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대책위는 "특별법안이 피해자 범위를 협소하거나 모호하게 규정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 골라내기' '피해자 갈라치기' 법처럼 보인다"며 "6가지 조건 모두 충족이 아닌 두세 가지만 충족해도 인정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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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갈라치기’ 하는 법, 차라리 폐기하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가 피해자 지원과 주거 안정 방안으로 내놓은 특별법을 ‘보여주기식’ 대응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추진하는 특별법에 대해 "차라리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고 지원 범위가 협소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책위는 정부 특별법안에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선구제 후회수’ 원칙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안상미 전국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우선매수권 부여, LH 매입임대 방안, 기존 대출의 장기상환 등을 수용한 건 다행이지만, 현재 정부안에는 채권매입 방안이 기어이 빠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 위원장은 “채권매입방안을 포함해 피해자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게 (지원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이 규정한 피해자 인정 조건도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진모씨는 “집단적 전세사기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하기 쉽지 않고, 이런 경우 경찰 수사조차 개시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어려운데 특별법에 명시돼 있는 6가지 인정조건을 충족하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 인정조건을 완화하거나 폐기하라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특별법안이 피해자 범위를 협소하거나 모호하게 규정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 골라내기’ ‘피해자 갈라치기’ 법처럼 보인다”며 “6가지 조건 모두 충족이 아닌 두세 가지만 충족해도 인정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법 시한이 짧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금 나와 있는 특별법은 시한이 2년으로 설정돼 있는데 기한 내 피해요건을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거나 상속 문제 처리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심의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하기까지 최장 75일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전날 “2년간 적용되는 한시적 특별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에 따르면 피해자로 인정되면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부여된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등 특별법으로 지원받기 위한 6가지의 조건도 제시했다.

대책위는 특별법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미 경매가 중단된 마당에 정부여당의 특별법안을 서둘러 다음 주에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며 “(이대로 통과된다면)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피해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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