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오감 사르르···쾌감을 먹다

서지혜 기자 2023. 4. 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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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먹기는 즐거움 추구의 행위다.

수많은 질감과 촉감을 경험하고 그 쾌감을 느끼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갓 만든 햄버거와 햄버거의 재료를 모두 블렌더에 갈아 먹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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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필
올레G.모우리트센·클라우스 스튀르베크 지음, 따비 펴냄
인간은 단지 배고파서 먹지 않아
음식은 즐거운 감각 위한 '발명품'
맛·향·질감 감지하는 과정 분석
전세계 다채로운 레시피도 소개
[서울경제]

인간이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고픔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는 당연한 대답은 하지 말자. 많은 사람들에게 먹기는 즐거움 추구의 행위다. 수많은 질감과 촉감을 경험하고 그 쾌감을 느끼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마우스필(MOUTH FEEL)’은 음식과 관련한 수많은 ‘느낌’을 말한다. 갓 만든 햄버거와 햄버거의 재료를 모두 블렌더에 갈아 먹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바삭하고, 아삭하고 촉촉한 질감을 선사하지만 후자는 즐거움이 아닌 괴로움에 가까운 경험을 준다. 인간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니다. ‘마우스필’을 경험하고 ‘마우스필’을 전파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

저자들은 음식을 ‘좋은’ 마우스필을 내기 위해 섬세하게 고안된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식사는 식재료의 특성과 조리 과정에 작용하는 과학을 이해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경험이 결합돼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들은 음식을 생물학적, 화학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하고, ‘바삭바삭’ ‘아삭아삭’ ‘질겅질겅’ 등 수없이 많은 단어로 표현되는 음식의 질감을 탐험한다. 두 명의 저자 중 한 명이 과학자, 다른 한 명이 요리사인 이유다.

책의 전반부는 음식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음식의 맛, 향, 질감, 온도, 운동을 감지할 때 우리 몸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생화학적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식물에서 곤충에 이르는 수많은 식재료와 음식의 생물확적·화학적 양태를 설명한다. 또한 기체, 고체, 액체가 섞여 있는 음식의 기본적 형태를 탐구한 후 그것이 마우스필에 끼치는 작용을 알아본다.

독자들은 딱딱한 과학적 음식 탐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요리의 세계에 들어선다.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마우스필을 설계한다. 식재료가 원래 갖고 있는 맛과 향은 조리를 통해 극대화된다. 녹말과 유화제, 당과 지방 등 우리가 매일 즐기는 음식이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질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질감을 확대하기 위해 인류는 지금 현재도 수많은 방법을 고안 하고 있다. 책은 앞서 살펴본 과학의 내용이 실제로 구현된 음식과 요리의 세계, 재료가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음식의 맛과 향은 식재료가 원래 갖고 있는 특성이지만 마우스필은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 고기를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으로 굽기 위해서는 열을 ‘잘’ 이용해야 하고, 씹는 맛을 더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수프에 크루통을 넣는다. 이런 단순하고 간단한 예시로 마우스필은 극대화 하고 다채로워진다.

저자들은 마우스필을 창조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해낸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데, 녹말과 유화제, 당과 지방, 겔과 효소, 입자와 기포 등 우리가 매일처럼 즐기는 음식이 얼마나 다양한 질감과 마우스필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며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전 세계의 음식을 실제로 살펴보면서 그 특징적인 마우스필이 주는 즐거움을 전한다. 콩과식물과 곡류, 채소, 육류와 가금류 및 생선처럼 일반적으로 즐기는 식재료를 조리해 놀라운 마우스필을 내는 음식들은 물론, 음료나 디저트가 주는 재미있는 마우스필이 어떤 과학적 작용의 결과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음식의 세계가 얼마나 깊은지를 깨닫게 된다.

마우스필 탐구의 여정은 50여 개의 레시피로 마무리된다. 저자들은 마우스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탐구활동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맛과 전세계의 다채로운 조리법은 우리에게 마우스필을 찾아내는 경험을 연구하고, 식재료의 부드러움, 바삭함, 탄성, 점성 등 질감을 창조해내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려낸다. 3만30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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