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 물러나라"…자구책 압박 속 상품권 '줬다 뺏기' 논란

신성우 기자 2023. 4.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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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합뉴스]

적자가 쌓이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을 겨냥한 여당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납득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자구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이어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퇴진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오늘(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전이 근로자의 날 지원비로 직원들에게 10만원 상품권을 줬다 빼앗아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여러 차례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전 사장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며,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정승일 한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부 차관을 지냈으며, 이후 2021년 한전 사장에 선임돼 전 정부 사람으로 인식돼 왔으나, 여당과의 간극을 점점 좁혀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연사로 초청돼 비공개 강연을 진행하는 등 접점을 늘려왔고,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거리를 좁히던 정승일 사장과 여당이지만, 지난해 30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와 여당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한전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요금 인상 전에 한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구책을 요구했고, 이에 한전은 부랴부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과 조직 인력 혁신 등이 포함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섣불리 요금 인상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 속 자구책이 발표되지 않자, 여당이 다시 한번 한전 때리기에 나선 것입니다.

상품권 '줬다 뺏기?'…내부 불만도 커진다
[커뮤니티 캡쳐본]

여당이 정승일 사장까지 거론하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선 것에는 최근 불거진 상품권 논란도 한 몫 했습니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매년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지급해온 상품권을 회수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쌓이는 적자에 자구책을 발표하라는 전방위 압박까지 쏟아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입니다.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줬다 뺏기'가 아니냐는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적자로 직원 복지까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전은 올해도 10조원이 넘는 적자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사실상 다음달로 미뤄졌고, 정부와 여당은 요금 인상 전 자구책 발표가 선행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자구책을 추진하겠지만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한전인데, 정부가 물가를 의식하고 있는 만큼 원하는 정도의 인상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입니다. 다음달 SMP 상한제가 재적용되더라도 월 7천억원가량을 절감하는 것에 그칩니다.

결국 한전은 기약 없는 요금 인상을 기다리며 사장 퇴진 요구를 비롯한 외부 압박과 내부 불만 모두를 해소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됐습니다.

1천500억원 추가 투입…지금 상황에?
한국가스공사도 자구책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가스공사는 어제(27일) 모잠비크 '코랄 사우스' 해상 부유식 액화설비 사업에 약 1천500억원을 더 투입한다고 공시했습니다.

가스공사는 "2017년 시작한 사업으로 당초 예상보다 투자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가스 생산을 막 시작한 시점에서 사업 운영 자금이 필요해 증액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프로젝트를 두고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프로젝트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 추가 비용을 들인다는 비판의 시선도 나옵니다.

물론,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스공사라고 해도 모든 사업을 매각할 수는 없습니다. 수익성을 개선시켜줄 '알짜배기' 사업은 남겨야 합니다.

다만 당장 수익을 가시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면 해당 사업 추진에 대한 꼬리표는 계속 따라 붙을 전망입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지난해 기준 9조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잠비크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가스공사는 앞으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 틀린 선택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딜레마는 당분간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짧게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자구책을 내놓기 전까지, 길게는 모든 적자와 미수금을 털어내기 전까지 딜레마는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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