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본주의만큼 빈곤 극복에 기여한 체제가 있었는가"
라이너 지텔만 지음 / 권혁철·황수연 옮김
양문 / 468쪽|2만2000원
독일 역사학자 '부의 집중' 연구
인류 불행이 자본주의 탓이다?
역사적 사실과 통계들로 반박
최악의 기근은 사회주의서 발생
"자본주의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기아, 빈곤, 불평등, 탐욕, 부패, 기후변화, 전쟁…. 자본주의를 의심하거나 자본주의에 낙담한 반(反)자본주의자들이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다. 그들은 인류의 거의 모든 불행이 자본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최근 출간된 <반자본주의자들의 열 가지 거짓말>은 이런 낡은 프레임에 반박한다. 복잡한 경제학 모델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저자 라이너 지텔만은 독일의 역사학자·사회학자이자 기업가다. 부(富)에 대해 집중 연구해 <부의 해부학>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 등의 책을 썼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실제 세상의 모습엔 놀라울 정도로 큰 간격이 있다. 자본주의란 주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의 기아와 가난이 자본주의 탓이라는 반자본주의자들의 주장에 통계와 사례를 제시해 반박한다.
자본주의 이전 시기인 서기 1년부터 1820년까지 서유럽 주민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576국제달러(1990년 미국 달러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만든 화폐 단위)에서 1202국제달러로 두 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본주의가 자리 잡고는 달라졌다. 이보다 훨씬 짧은 기간인 1820년부터 2003년까지 이 수치는 1202국제달러에서 1만9912국제달러로 폭증했다.
역사상 자본주의만큼 기아와 빈곤 극복에 기여한 체제는 없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최근 100년간 최악의 기근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벌어졌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인 1921~1922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기근으로 500만 명이 사망했다. 1년 후 이오시프 스탈린은 집단농업을 도입해 또 다른 기근을 촉발했다. 이로 인해 600만~800만 명이 희생됐다.
19세기 중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측했다. 이후에도 반자본주의자들은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자본주의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끊임없이 외쳐댔다. 그들의 ‘저주’나 ‘희망’은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위기 때도 반자본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종말이 왔다고 했다. 영국 사회학자 윌리엄 데이비스는 가디언에 “금융 위기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지만 팬데믹은 가능하다”고 썼다. 하지만 위기가 시작되자마자 기업들은 마스크, 코로나 진단기기, 백신을 개발해냈다. 위기를 극복한 동력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였다.
저자는 이런 자본주의의 내재적 특성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슘페터는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간다. 이런 창조적 파괴 과정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경제 위기가 실패한 기업을 퇴출하고 보다 나은 생산물과 생산 과정, 낮은 비용을 실현한 혁신 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국가의 개입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지난 120여 년간 발생한 대부분의 위기는 국가와 중앙은행의 개입, 표만 노리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의해 초래되거나 악화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은 ‘고삐 풀린 시장’이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탓이었다.
1883년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소설 <여인들의 천국>에서 백화점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1960년대 뉴욕대 사회과학 경제학 교수인 페르디넌 런드버그는 “돈 많은 미국인들은 천박하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좌파 성향의 캐나다계 미국 경제학자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부(富)는 사고의 냉혹한 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분별 있는 사람들은 명성과 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분별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인간을 구원하고자 한다”고 반박한다. 분별 있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예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수많은 기업가를 들었다. 인간을 구원하겠다고 나섰으나 고통만 안겨준 이상주의자로 아돌프 히틀러 등을 꼽았다.
반자본주의의 얼굴은 다양하다. 마르스크주의, 사회주의, 환경보호주의, 파시즘, 반미주의 등. 이들의 공격에도 자본주의는 살아남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만약 자본주의의 종말이 온다면 국가의 개입에 따른 전례 없는 위기 때문이지 자본주의 탓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자본주의자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예언이 실현됐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때 자본주의자들은 이렇게 선언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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