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의 심장' 펜타곤 국가군사지휘센터서 브리핑받은 尹... 확장억제 태세 재확인

펜타곤 국가군사지휘센터(NMCC)에서 동북아 정세 보고받아
영국 수상 등 극소수에게 개방… '워싱턴 선언' 후 신뢰 제고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찾아 국가 연주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안보의 상징이자 심장인 펜타곤(국방부 청사)을 방문해 미군 수뇌부로부터 동북아 정세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지 하루 만에 공고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이날 윤 대통령이 방문한 펜타곤 내 국가군사지휘센터(National Military Command Center·NMCC)는 유사시 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군 지휘관들을 직접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시설이다. 영국 수상을 제외하면 서방국 정상들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글로벌 가치동맹의 핵심 일원으로 한미동맹의 지위를 격상시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소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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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CC 수뇌부 보고... '워싱턴 선언'의 상징성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인근의 펜타곤을 방문해 NMCC 작전부장(미 해군 준장)으로부터 동북아 정세와 확장억제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범세계적으로 핵 활동 감시를 포함한 전략적 감시 태세와 위기 상황 대비, 신속한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NMCC에 깊은 신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NMCC 방문과 수뇌부로부터 브리핑 청취는 내용보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윤 대통령의 NMCC 방문이 이번 국방부 방문의 하이라이트"라며 “과거 영국 총리 등 극소수 인사만 NMCC 방문을 허용했을 뿐, 최근 외국 주요 인사에게 개방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는 2011년 이명박,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펜타곤을 찾았지만, 펜타곤 내 다른 시설을 둘러보는 데 그쳤다.

미 국방부는 극진한 예우도 보였다. 펜타곤 정문 앞에 미 육해공군 의장대가 도열해 윤 대통령을 맞았고 오스틴 장관이 윤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미국 측에서는 오스틴 장관을 비롯해 마크 밀리 합참의장,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이, 우리 측에서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박진 외교부 장관, 조현동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어진 대담에선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한 미국 측의 확고한 입장도 재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는 철통과도 같다”며 “여기에는 핵,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능력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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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장관 "핵,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능력... 대한민국 철통 방어"

윤 대통령은 “어제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보다 실효적이고 강경하게 대응하기 위해 한미 간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저는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선 “만일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미국의 핵 능력을 포함해 한미동맹과 대한민국 국군의 결연하고 압도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오스틴 장관에게 “NCG 논의와 핵 도상훈련(TTX)을 통해 한미 간 공동기획 및 실행, 핵 및 재래식 전력의 통합운용을 증진시켜나가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 핵무기를 포함한 한미의 모든 능력으로 즉각·자동·압도적 대응을 하는 실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CG는 핵 정보에 대한 공유, 기획, 실행을 맡는 확장억제의 핵심 기능으로,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측에 NCG 운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을 방문했다. 다르파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안보에 필요한 기술의 연구를 기획하는 기관으로 인터넷을 최고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르파는 이 외에도 GPS(지구위치추적시스템)·스텔스·음성인식·자율주행·AI(인공지능) 등 국가안보 목적의 혁신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해 미국의 첨단기술 혁신을 이끌었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스테파니 톰킨스 다르파 국장으로부터 운영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한국 과학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