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또 무더기 폭락…이복현 “지위고하 없이 엄정 조사”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를 통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매물 폭탄으로 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 등 8개 주식 종목이 나흘간 무더기 폭락한 사태와 관련해 당국이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를 천명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온 국내 증권사들은 관련 계좌 신규 가입과 매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에 대한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전날 이번 사태의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업체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검찰도 관련자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의 배경인 주가조작 등과 관련해 증권사 오너 등을 조사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한 대응은 시장 확대를 위한 신뢰성 확보에 기본적인 요소”라고 답했다. 앞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속출 사태 종목 중 하나인 다우데이타 보유 지분을 폭락 이틀 전에 처분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35개 증권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시장현안 소통회의를 열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며 변동성이 커지자 차액결제거래 등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 집계를 보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6일 20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8% 증가했다. 차액결제거래 잔고는 지난 2월 말 3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견줘 52.2% 뛰었다. 차액결제거래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상품으로, 투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24일부터 대규모 매도 공세로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8개 종목들은 이날 증시에선 모두 반등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는 각각 13.49%(1만5200원), 8.79%(850원)씩 오르며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한가 행진을 멈췄으며, 삼천리도 22.89%(2만8500원) 상승한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소폭 상승세로 반전한 세방은 11.07%(1800원) 올라 상승폭을 키웠다. 코스닥시장의 다우데이타도 5.4%(890원) 상승하며 지난 18일 이후 8거래일째 기록한 하락세에서 반전했고, 하림지주는 2.97%(270원) 소폭 오르는 등 차액결제 문제 종목들이 예외없이 상승세를 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문제가 된 종목들을 개별적으로 보면 특별한 악재가 없기 때문에 반대매매 청산 결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저점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액결제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들은 사태 진원지와의 연루 의혹을 차단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계 증권사와 스와프 계약을 맺어 고객 개인투자자들의 시에프디 주문을 중개해주는 국내 증권사는 에스지증권에서 무더기 매도 물량이 쏟아진 뒤 시디에프 신규 가입과 매매 중단으로 거래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에스지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8개 종목 외에도 신용잔고가 높거나 유동성이 낮은 종목을 선별해 시디에프 거래를 막고 있다.
한편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은은 그룹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시에프디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보유주식 다우데이타를 폭락하기 이틀 전에 블록딜로 처분해 오해를 사고 있는데 미리 정보를 알고 처분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도 “김 회장은 블록딜로 주식을 매수한 쪽이 너무 많이 손해를 봐 마음이 무거우시다”라고 전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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