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반도체 생산 깜짝 급증 이유는…"분기말 밀어내기"
三電 감산+디램 가격 반등 전 '재고 확보' 수요 증가 가능성
반도체 제조장비 수주 늘어…회복기 대비 '미래 투자'는 계속
연간으로 보면 생산 감소 지속…하반기부터는 감산 효과 본격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이지은 공지유 기자] 지난달 반도체 생산이 전월대비 33.8% 반짝 반등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잇달아 감산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 관심이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부진했던 흐름에 따른 기저효과와 분기말 실적관리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전반적으로는 올해는 생산량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생산량은 전월대비 35.1% 증가했다. 2009년 1월 36.6% 증가한 이후 14년 2개월 많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다. 출하량은 47.2%가 더 늘었고 재고(-4.7%)는 줄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7월 5.2% 감소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12월(2.2%) 소폭 반등한 이후 △1월(-5.6%) △2월(-17%)며 감소폭을 다시 키웠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3월에 주문한 곳이 있어서 전월대비 생산을 많이 했거나 공급 차질을 대비해 수요가 적더라도 안전 재고를 많이 보유하려고 생산량을 늘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심각한 불황을 겪던 반도체 업계가 분기말에 반짝 예정된 계약 물량을 소화하면서 발생한 일시적 기저 효과로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2월까지 워낙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게다가 분기말에는 일반적으로 실적 관리를 위해 물량을 밀어내는 경향도 있어 시장이 안 좋을 땐 특히 이때 생산 및 출하량이 급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라인은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2월이 3월보다 휴일이 많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전월대비로 보면 크게 늘어난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분기말에는 실적 등 때문에 생산과 판매를 늘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삼성전자 평택 공장 등에서 감산을 하더라도 설비투자 등 라인을 늘리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월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반도체 업황 심리 개선으로 70으로 전월비 7포인트나 반등하며 넉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7포인트나 상승한 것도 2021년 4월(7포인트) 이후 최대폭이다. 반도체 관련 업종 심리는 9포인트나 반등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제조장비 납품업체들에게 수주를 늘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사이클링(cycling) 산업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 회복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반도체 제조장비 납품 쪽에서는 심리 지표가 개선된 바 있다.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시기의 문제였을 뿐,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3월 디램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자 재고가 부족한 고객사를 중심으로 재고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3월말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여러 부문의 시장에서 고객사의 재고가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래픽 부문의 고객사들은 재고조정이 이뤄지면서 하반기에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램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자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재고 확보용 수요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량은 연간으로 보면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잇달아 감산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달 27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앞선 공시와 같이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고 감소 폭은 하반기에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미 마이크론은 지난해 20% 감소에서 올해 25% 감소로 감산의 규모를 확대한 상태다.
본격적인 감산 효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은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려면 통상 3~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웨이퍼 투입에서 메모리 칩 생산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테크팀장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이 디램과 낸드 모두 전년 대비 10~15%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 실적에서 보면 서버 업체들의 재고가 아직 높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모두 서버 고객의 재고 소진이 예상 대비 둔화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산을 해도 재고가 안 떨어지면 감산은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감산 발표에 따라서 D램 가격 하락세도 점차 둔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16기가비트(Gb) 2666’ D램 제품 가격은 3.23달러로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다. 향후 가격 반등 가능성에 대비해 수요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며 일부 제품의 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20% 하락했는데 2분기에는 15~20%로 둔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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