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서 기립박수 … 당내 반발 무릅쓴 소신발언 눈길

與최연숙 "간호법 꼭 통과를"
野김병욱 "복수의결권 찬성"
"다른 의견 토론해야 민주주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 등을 통과시킨 지난 27일 저녁, 본회의장에서는 간호법과 복수의결권 관련 여야 의원들의 찬반 토론에서 상대 당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져 화제가 됐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초선·비례)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재선·성남 분당을)이 그 주인공이다. 간호법 표결 직전 최 의원은 당론으로 국민의힘이 반대한 간호법에 대한 찬성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간호사 출신 비례의원이자 여당 측 간호법 발의자이기도 했다.

최 의원은 중반부터 울먹이며 "저는 38년간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께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 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며 "간호법은 초고령사회에 노인과 장애인 등 국민의 존엄한 생명을 돌보기 위한 약자를 위한 법이며,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외쳤다.

당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당론에 반기를 든 셈이다. 최 의원의 토론이 끝나자 민주당 등 야권 의원 다수가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간호법은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당내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여당 소속 의원은 "개인 소신을 표출할 순 있지만 거대 야당이 폭주하다시피 하고 뻔히 통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대를 표시했어야 했느냐"며 씁쓸해했다.

반대로 민주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에게 박수를 받는 사례도 목격됐다.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 표결 직전에 진행한 찬반 토론 때다.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민주당 내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정의당 등에서 "부의 세습이며 편법 증여 창구"라면서 격렬한 반대 토론을 쏟아냈다.

여당 쪽에선 최형두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섰지만 수적으로 역부족이었다. 그때 민주당 소속 김병욱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중소·벤처기업과 비상장 기업에 한해서 혁신적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창업주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임무"라고 설득했다.

소속 당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교차했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의회민주주의 발전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정책 토론을 하는 게 어색하다"면서도 "앞으로 우리 국회가 또 나아갈 길이지 않을까, 바람직한 길이다. 이런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 당 의원이 '소신'으로 당론을 반대하면 환영하면서 자당 의원들의 소신 표현은 배신처럼 간주하는 정치문화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 작년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꼼수 사·보임을 반대했을 때 정치적 소신이라고 추켜세우지 않았느냐"며 "소신을 말할 자유와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이 분출될 수 있는 게 의회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