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세사기, 사회적 재난 아냐···모든 사기피해는 평등”···‘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거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가 각각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을 논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 사태는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을 통한 지원은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여야는 조속히 국토위 심의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여당과 야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국토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정부안)이 발의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상정한 뒤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국토위는 다음달 1일 소위, 2일 전체회의를 열어 특별법 처리를 매듭짓는 게 목표다.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여부가 정부·여당안과 야당안의 가장 큰 차이다. 조오섭·심상정 의원안은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선 지원·후 구상권 행사’ 방안이 포함된 반면 정부·여당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다. 모든 사기 피해자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다.
원 장관은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피해자가 속아서 사기를 당한 경우 그 피해금액을 국가가 먼저 대납해주고 다른 곳에서 충당하는 제도는 있지도 않고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며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사기 피해금액을 국가가 대납해주는 제도는 수많은 사기 유형에 적용할 수 없다”며 “보증금 직접 지급에 대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맹성규·허영 등 민주당 의원들이 전세사기 사태에 정부의 책임이 있고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등 이유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하자, 원 장관은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원 장관이 ‘가이드라인’부터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은 정부안이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피해자 걸러내기 법’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적용 대상을) 너무 폭넓게 잡으면 진짜 피해자들이 구제를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분선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거의 다 특별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면서 경기 화성 동탄과 구리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원 장관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사기 사태 책임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렸다. 엄 의원은 “(부동산) 매매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 시장에서 충격을 흡수해 낼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데 임대차 3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전셋값을 폭등시켰다”고 말했다. 원 장관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임대차 3법으로 전세금이 폭등하니까 선심 정책으로 보증금을 무제한 대출을 해줬다. (그래서) 수백채씩 이런 (전세사기) 사건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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