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6400억원 규모 기술 수출…대상은 노바티스 올드보이가 창업한 美바이오VC

김명지 기자 2023. 4.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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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사로 변모하는 대웅제약
신약 개발·기술수출 성공으로 글로벌 도약
조 히메네스(Joe Jimenez)와 마크 피쉬먼(Mark Fishman) 애디텀 바이오창립자/애디텀 바이오 홈페이지 캡쳐.

대웅제약이 미국의 유명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인 애디텀 바이오의 자회사와 약 6400억원 규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웅제약은 이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한·미 디지털·바이오헬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미국 바이오 투자 회사 애디텀 바이오(Aditum Bio) 자회사 비탈리 바이오(Vitalli Bio)와 총 계약 7억 7700만 달러(약 6391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DWP213388)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비탈리에 이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DWP213388외에 신약 후보 물질 2개의 기술이전도 옵션으로 포함했다. 조 히메네즈 애디텀 바이오 대표는 “DWP213388의 전임상 연구 결과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2022년 115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로 연 평균 5%씩 성장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내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해서 공격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면역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격력이 세지기 때문에 면역을 억제하는 기전을 쓰게 된다.

이번에 대웅제약이 이전하는 후보물질은 B세포와 T세포 등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표적 단백질인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와 인터루킨-2-유도성 T-세포 키나아제 (ITK)를 억제한다. 기존 물질이 B세포와 T세포 둘 중 하나만 억제한다면, 이 후보 물질은 BTK와 ITK를 통해 두 세포 모두 이중 표적을 억제할 수 있다.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마크 피쉬먼 애디텀 바이오 공동 설립자,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왼쪽부터 순서대로)가 자가면역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대웅제약 제공

DWP213388는 지난해 8월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기존 약물과 비교해 우월한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 기술이전 계약에서 로열티를 제외한 선급금은 1100만 달러(약 147억원) 정도로 크진 않다.

그런데도 업계가 이번 계약에 주목하는 것은 애디텀 바이오의 위상 때문이다. 이 투자회사는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에서 8년여 동안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히메네즈 대표와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NIBR) 회장을 지낸 마크 피시먼 교수가 지난 2019년 공동창업했다.

이 회사는 될 성 부른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서 인수한 후, 자체 임상과 상업화로 가치를 높여 시장에 되팔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돈을 번다. 히메네즈 대표는 하인츠 CEO로 4년, 노바티스에서는 11년을 지낸 제약 식품업계 경영 전문가로 통한다. 미국 하버드대의대 교수 출신의 피쉬먼 교수는 총 90개 의약품을 임상 시험한 신약 전문가다.

이 회사는 글로벌 빅파마보다 빨리 임상 1⋅2상을 마쳐서 결과를 내는 ‘속도전’에 강점이 있다고 홍보하는데, 실제 창업 1년 만인 2020년 1억3500만달러(약180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비탈리 바이오 외에도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개발사인 테레스 바이오(Teres Bio)와 신장병 치료제 개발사인 안테리스 바이오(Anteris Bio)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기업은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약 개발보다 제네릭 의약품 등재와 판매에 주로 집중해왔다. 대웅제약은 최근 2년 국산 34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36호 당뇨병 신약 ‘엔블로’ 등 신약 개발에 연달아 성공했다.

여기에 유력 미국 벤처 투자사 그룹에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면서 대웅제약이 신약 개발 제약사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다른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며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계약 체결식에는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이 참석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체결식에서 “DWP213388의 우수성은 물론, 대웅제약이 가진 신약 개발 기술력을 또 다시 입증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웅제약은 앞으로도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인정받는 혁신 신약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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