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의의 쉼표] 스마트하다는 착각
지난해 12월 챗GPT가 등장한 이후 세상은 또 한 번 인공지능(AI)의 경이로움을 체감했습니다. 이전에도 대화형 AI는 존재했지만, 질문 하나를 던지면 길게는 논문 수준의 답변을 순식간에 쏟아내는 챗GPT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출시 초반 호기심으로 접근했던 이용자들은 지난 5개월 동안 업무나 실생활에서 챗GPT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관심사를 쫓아야 하는 언론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챗GPT가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실제로 기자들 중에서는 취재한 내용에 대한 견해를 얻고자 챗GPT의 답변을 기사에 인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챗GPT도 이 같은 수요에 맞춰 꾸준히 업데이트를 거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도 대화형 AI에 대한 이용자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자가 많아질수록 챗GPT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답변에 거짓이 혼재한다는 점입니다. 거짓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수용자가 믿게끔 만듭니다. 막힘없이 달변가처럼 쏟아내는 답변은 'AI는 객관적이고 정확할 것'이라는 과신(過信)이 더해지며 거짓을 참으로 믿게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만들어 내면서까지 죄가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챗GPT가 부동산 기사를 써본 적이 없는 저를 '부동산 전문가'로 소개하는 것 정도는 애교 수준입니다.
초창기에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것은 앞으로 대화형 AI의 발전 가능성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인류 진화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새로운 정보기술(IT)이 등장할 때마다 문제 해결 방식이 사후약방문이었다는 점에서, 챗GPT도 개발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검증했다면 좋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속적으로 인간이 AI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영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도 "신약 개발처럼 장·단기적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악영향에서 인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그것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AI 개발자들이 이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자체적으로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에 개발자들이 동의했다는 점은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인간이 기술에 지배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시점일지도 모르니까요.
[박대의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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