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도시 발견] 대전 땅끝 마을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2023. 4.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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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전의 서남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산간 지역, 그리고 인접한 충청남도 계룡시를 답사했다.

대전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은 한국 철도 교통의 핵심인 대전역 주변, 그리고 정부청사와 대덕연구단지 등을 떠올리실 것이다. 그리고 이들 지역의 지리적 조건으로부터 '대전은 평평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전역 일대와 둔산신도시를 벗어나 대전을 좀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보면, 사실 대전은 평평한 도시가 아니라 대구 같은 분지 도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평지에서 시작한 도시가 점차 주변 산간 지역으로 확대된 결과다.

이렇게 대전을 사방에서 감싸고 있는 산간 지역들 중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전 북쪽과 세종시 남쪽 사이에 끼어 있는 반석동·둔곡동·신동 등이다. 이들 지역에 교통 거점과 과학 연구 벨트가 조성되면서 대전과 세종의 연담화를 이끌고 있다.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성을 띤 반석동·둔곡동·신동만큼은 아니지만, 대전이라는 도시와 중부권 메가시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두 가지 움직임이 대전시의 서남쪽 산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어 이번에 현장을 찾았다.

이 지역의 변화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이곳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를 두 가지 소개한다. 한 가지는 호남선 열차가 정차하던 원정역이 폐역되고, 가수원역·흑석리역도 여객 취급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자리한 이들 산간 지역의 주민들은 철도 교통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이들 지역의 인구가 줄면서 철도역들도 폐역되거나 여객 취급을 중단했다.

이렇게 이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대전 서구 기성동에서 영업 중인 카페다. 이 카페가 영업 중인 건물은 원래 1986년에 완공되어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교회가 폐업한 뒤 그 건물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교회가 폐업한 뒤에 남겨진 건물을 활용한 상업시설·문화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상징한다.

이렇게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기성동 지역에서 최근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가지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이라고 하면 대덕연구단지가 유명하지만, 일반산업단지로는 대전시 동북쪽인 대덕구 대화동의 대전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현재 행정동 기성동의 일부인 법정동 평촌동·매노동·용촌동 일대에 또 하나의 대규모 산업단지인 평촌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두 산업단지 모두 대전 도심과는 먼 땅끝에 조성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답사에서는 원래 평촌 일반산업단지에 편입되어 사라지게 될 농촌 마을들을 마지막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한발 늦어서 대부분의 마을은 이미 철거가 끝난 상태였고, '와촌'이라는 이름의 농촌 마을만이 산업단지 예정 용지 옆에서 아슬아슬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농촌 마을과 산업단지 공사 현장이 이루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을 기록할 수 있었다.

평촌 일반산업단지와 함께 이 지역의 인구 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될 또 하나의 요인은 충청권 광역철도다.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 여러 지역을 도시형 통근 전철로 잇게 될 충청권 광역철도는, 구간에 따라서는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하지만 기성동의 핵심부에 자리하는 흑석리역, 그리고 기성동에서 대전 시내로 나오는 관문 지역에 자리한 가수원역에는 도시형 통근 전철이 정차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산업단지와 광역철도라는 두 가지 요인은, 한편으로는 인구 유입을 가져올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 유출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요인이 앞으로 대전 서남부 산간 지역의 인구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호남선 철도가 놓인 뒤로 큰 변화 없이 100년 정도를 이어져온 농촌 마을로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지역의 변화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전국 여러 지역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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