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인생길에 필요한 나침반
10년 배운 나침반·독도법
자신감·안정감만큼은 담보
인생길에선 종교·인문학이
좌표·방향 감각 일러줄 것
어려서부터 자석과 같은 물건에 호기심이 많았기에, 나침반의 작용에 일찍 눈을 떴다. 자석을 모래밭에서 휘저으면 쇳가루가 묻어오고, 그 쇳가루를 종이에 뿌려놓은 후 밑에서 자석을 대고 종이를 두드리면 쇳가루들이 방사 모양을 꾸미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나는 상당히 오랜 기간 취미 생활로 등산이나 암벽 등반 등 산악활동을 해오면서 산행 지도와 나침반을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들의 계곡과 봉우리들을 찾아다니며 개척 산행도 했고, 설악산에 암릉 등반길을 개척하는 작업도 동료들과 여러 차례 함께했기에 좀 세세한 등고선 지도를 보며 실제 산에서 거의 정확한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스스로 독도법을 익히기 위해서 책을 통해 기본 원리를 터득했고, 나침반을 활용하는 실전을 익히기 위해서 큰 공원이나 시내의 지형지물들을 이용해 독도법을 익혔다. 그래서 그런지 동서남북 방향에 대한 인식이 아주 빨라, 가야 할 목적지의 방향을 알면 갈라지는 길에서도 빠른 판단 덕으로 길을 잘 찾기도 한다.
나침반은 항상 남북으로 정렬되는 자극을 띤 자침과 그 둘레를 360도로 세세히 나누어놓은 회전판과 진행각 표시부가 부착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예전에는 군대에서 활용하는 원형 나침반이 널리 사용되었지만, 요즘에는 활용하기 좀 더 간편하게 진행각 표시 자가 함께 붙어 있는 나침반이 더 많이 보급되어 있다.
나침반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지도를 남북 방향으로 정치(定置), 즉 정확하게 배치해야 하는데, 이때 도북(지도상의 북쪽·圖北)과 자북(자침의 북쪽·磁北) 방향이 3~4도 정도 차이가 있으니 사용하는 지도에 표시된 범례를 참고해야 한다. 이제 정치된 지도에서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방향 등을 확인해 움직이면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산행지도를 GPS(위성항법장치) 단말기에 넣어 사용하려면 위치정보를 입혀야 하는데, 이 작업은 좀 더 복잡하다. 산행지도를 스캔하여 이미지 파일로 만든 다음, 위치정보, 즉 경도와 위도 정보가 정확하게 알려진 3개의 지점을 확보하여, 먼저 PC에서 눈금(calibration)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그 위치에 위치정보를 입력하면 비로소 지도가 완성된다. 이 지도를 GPS 단말기나 스마트폰에 업로드하면 그제야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지도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때 물론 GPS 앱을 사용해야 한다. 나는 산에 한창 다닐 때 거의 10년이 넘게 이 방법으로 산행지도를 제작하여 사용해왔다.
그런데 요즘엔 GPS 기술이 널리 보급되어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있고, 구글 지도나 네이버 지도, 심지어는 전국 규모의 산행 지도들이 공개되어 있어 복잡한 눈금 작업도 필요 없어졌고, 독도법이나 나침반 활용법을 익히지 않더라도 가야 할 방향과 현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가 있다. 심혈을 기울여 이런 기술을 스스로 터득해 익힌 것에 그저 허망할 뿐이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은 터득한 지식을 이용해 길을 찾거나 산행에 도움을 받고 심리적 자신과 안정감도 있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리라. 그렇다. 인생이라는 길을 걷는 우리 삶에서도 어쩌면 이런 '인생길 지도'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필요하리라. 우리 인생길에서 비록 결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오차를 줄이고, 올바른 길과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은 종교의 가르침이나 인간을 핵심으로 연구해온 학문, 예를 들어 철학이나 심리학, 혹은 신학 등의 기반에서 형성된 윤리와 인생관 등이 어쩌면 이런 역할을 해왔으리라. 이것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한 요인은 아닐까.
[심종혁 서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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