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스타그램, 아이 동의 구하셨죠?"
자녀 모습 SNS에 공유하는
'셰어런팅' 각별한 주의 요구
커서 수치심 느낄 수 있고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소아성애 사이트 이미지
절반이 SNS서 퍼온 사진"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24일부터 아동·청소년이 인터넷상의 자기 게시물을 지우거나 가릴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디지털 세대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위한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선보였다. 삭제 지원 범위는 올해 자기 게시물에서 내년 부모를 포함한 제3자 게시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사진)는 뿌듯함을 느꼈다. 2017년 시작한 디지털에서 침해받는 아동 권리를 지키고자 한 노력의 결실로 느껴져서다. '셰어런팅(Sharenting)'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의 성과로도 여겨졌다. 셰어런팅은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다. 아동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세계적으로 논란을 만들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2030년 성인이 될 아동에게 일어날 신분 도용의 3분의 2는 셰어런팅에 의해 발생할 걸로 예측하기도 했다.
고 매니저는 부모가 자녀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맘스타그램' 등이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아이의 생각, 발언, 행동이 '진정한' 동의 없이 SNS에 올라온다"며 "아이가 성장한 후 게시물을 볼 때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고, 또래에게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 설문에 따르면 부모의 86.1%가 자녀 사진을 SNS에 주 1회 이상 게시했고, 35.8%가 게시물을 전체에 공개하고 있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육아스타그램'과 '맘스타그램'을 각각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만 4368만건, 2414만건에 달한다.
SNS에 노출된 아동 개인정보는 범죄에 악용될 여지도 있다. 부모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이의 사는 곳, 생년월일, 학교 등 개인정보가 의도치 않게 노출될 수 있다. 한 게시물에 담긴 아동의 정보가 다른 게시물에 담긴 정보와 조합되면 상세한 개인정보로 변하기도 한다. 고 매니저는 "호주의 사이버안전위원회는 소아성애 성향의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이미지의 절반이 부모가 SNS나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라고 경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 사진이 성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 매니저는 보호자가 아이의 일상을 공개할 때 충분히 설명하고 거부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는 4세 정도가 되면 자신을 개인으로 인지하고 어떤 행위에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며 "부모가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아이에게 누가 사진을 볼 수 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아동이 정보를 올리는 데 동의했어도 아동 보호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매니저는 셰어런팅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 외에 국가와 기업이 디지털 환경에 놓인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책무를 다하는지 꾸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외에도 정부는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의 특성을 반영한 개인정보 보호 법제를 확립하고, 개인정보 통제권의 기본 원칙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며 "앞으로 이런 노력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 사진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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