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이나 사람 죽여서라도 돈 마련”… 입버릇처럼 말하던 50대 무기징역 선고

재판부 “피해자 17살 꽃다운 나이 제대로 사회생활도 해보지 못하고 사망”
“반성하지 않고 생존한 피해자 아들을 범인으로 몰고 벗어날 궁리만 몰두”

사진=연합뉴스

 
“도둑질이나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한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아울러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떨어졌다.

28일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 선고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해 문맹이던 A씨는 직업을 갖기 어려웠고 병원비, 월세, 생활비 등 지출이 많아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주변에 “어디가서 도둑질을 하든지,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을 마련해야지”라고 말한 통화 녹음이 증거로 채택됐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낮 12시 50분쯤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 B씨와 B씨의 10대 딸 C양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 10대 D군은 모친과 누나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D군은 A씨가 건넨 ‘도라지물’을 마시고 15시간이나 잠이 들었고 증언했다.

A씨는 본인이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든 정신과 약물을 가루로 만들어 도라지청에 섞은 뒤 B씨와 C양을 잠들게 했다. 이후 금품을 훔치던 A씨는 B씨가 깨어나자 흉기 등으로 찔러 제압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C양도 잠에서 깨자 둔기를 수차례 휘둘러 제압한 뒤 손과 이불 등을 사용해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 이후 A씨는 범행 은폐를 위해 C양의 이불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A씨는 이같은 범행을 울면서 일체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C양이 덮고있던 이불에 불을 내 시신을 일부 훼손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재판부는 “A씨는 신경정신과 약에 취해 범행에 취약해진 상태의 피해자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또 피해자 중 한 사람은 17살인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사회생활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A씨가 경제적 궁핍에 금품을 빼앗기 위해 흉기로 찌르거나 둔기로 내려쳐 약물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제압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인하다”며 “아무리 약물에 취한 피해자들이 깨어나더라도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그럼에도 살인 범행을 저질렀고 태연히 자신의 지문을 지워 증거를 인멸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하수구에 버리는 등 범행 준비 때부터 종료 후까지 치밀함을 보였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생존한 피해자 아들이 범인인 듯 발언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부인하고 책임을 벗어날 궁리에만 몰두했다”며 “다시는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A씨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이 타당하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B씨의 가족들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재판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