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원내대표, 결선투표 없이 압도적 당선···이재명 견제 심리 통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28일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결선투표 없이 1차에 당선을 확정했다. 비이재명계인 그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배경에는 친이재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여간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내년 총선을 민주당 승리로 이끌 책임을 맡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 재석 의원 169명 중 과반 지지를 얻어 경쟁자였던 김두관·박범계·홍익표 의원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후보자가 4명인 만큼, 결선 투표에서 박광온·홍익표 의원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리라는 당내 예상은 빗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2021년 이낙연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친이낙연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원내대표 출마자 중 유일하게 비명계로 후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국민은 정권에 분노하고 절망하지만 민주당에도 실망하고 있다”며 “당의 포용성과 확장성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압도적 당선을 두고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의 단일한 색깔로는 내년 총선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와 팬덤정치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 리더십이 내년 총선에서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비명계 원내대표를 통한 균형을 원했다는 것이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터였다.
이번 선거가 비명계였던 박 후보와 친명계 후보 3명 구도로 치러진 점도 압도적 승리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홍 의원에게 갈 수 있던 친명계 의원들의 표는 1차 투표에서 세 후보에게 분산됐다. 반면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원내대표는 단일화 효과를 얻었다.
온화한 편인 박 원내대표의 성품도 당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중진 의원은 “강공일변도였던 박홍근 전임 원내대표 체제에서 벗어나야 총선용 중도 표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수도권 중도 표심을 위해서는 박 의원 이미지가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비명계 박 원내대표 당선이 역설적이게도 이 대표 리더십 유지에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와 균형을 잡으려는 집단지성이 발휘된 선거였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도 옆에 박 원내대표가 서 있는 게 낫다”며 “비명계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해서 마음이 풀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내홍을 추스르고 이 대표와 함께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이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사태에 이어 돈봉투 사건까지 터지면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박 원내대표가 정견 발표와 당선 인사에서 “이기는 통합”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또 “당선되면 곧바로 쇄신 의원총회를 열어 밤을 새워서라도 쇄신방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탈당 권고·출당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도 ‘원팀 정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아주 좋은 관계를 만들고 통합된 힘으로 윤석열 정부와 대차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감한 현안을 두고 투톱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온다면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여야 관계도 녹록지 않다. 민주당이 전날 ‘대장동 50억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도입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여야 대치는 가팔라졌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개정안), 파업참여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도 추진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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