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김기현에 “윤 대통령 국회 와서 여야 만나도록 소통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상임고문들은 김 대표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 후 국회에 와서 여야 의원들과 방미 성과를 보고하도록 청와대(용산 대통령실)와 절충을 해 봐라” “당대표가 여론을 수렴해서 윤 대통령에게 진언해야 한다”는 등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20명과 약 1시간30분 동안 오찬 회의를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구자근 비서실장, 강민국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가 다수 참석했다. 김 대표는 식사 전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부가 출범 초기에 여러 현안이 많았고 그것 때문에 걱정스러운 상황이 생긴 걸 유념하고 있다”면서 “이제 안정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는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하기에 이른 시일 내에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신경식 상임고문은 이날 오찬 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예로부터 대통령이 외국에 나갔다 오면 국회에 와서 여야 의원들에게 성과를 얘기하고 일종의 보고를 한다”면서 “이번에 윤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큰 성과를 거두고 나라를 위해서 큰일을 했으니 귀국한 뒤에 국회에 와서 귀국 보고를 하도록 청와대(용산 대통령실)와 절충을 해 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야당 간의 협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고, 해외 순방 후 야당과 따로 만나 성과를 공유한 적이 없다.
정의화 상임고문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금 여론이 윤 대통령과 우리 당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면서 “김 대표가 시중의 여론을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대표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 고문은 오찬 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못 듣는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 당대표가 그런 것을 다 수렴해서 진실된 마음으로 대통령에게 말을 하라는 의미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에 대한 질책과 충고도 이어졌다. 정 상임고문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지도부는 각자의 발언이 당과 나라 그리고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심사숙고 후에 선당후사 정신으로 발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요상 상임고문은 “당내 기강을 제대로 세워서 쓸데없는 설화를 일으키는 사람을 엄정히 다스리라고 말했다”고 전했고, 유준상 상임고문은 “대통령은 잘하는데 지도부가 실언을 한다”면서 “당이 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탄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 상임고문은 “22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상향식 공천을 하고, 막바지에는 국민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해서 영남권의 다선 의원들을 수도권에 공천해야 한다”며 보수 텃밭 다선 의원들의 ‘험지 공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광주에 미래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센터나 반도체 센터를 지원하는 등 호남에 적극적으로 경제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숙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당에 여성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여성들의 표를 건져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고 했다”면서 “여성에 대한 특별한 정책이나 여성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안 보인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 6명 중 여성은 조수진 의원 1명뿐이다.
여대야소 상황에서의 의회정치 복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목 상임고문은 “당이 국회에서 퇴장 전술을 쓰지 말고 당당하게 표결에 임해서 국민 앞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법·간호법을 표결하는 동안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최연숙 의원과 김예지 의원만이 본회의장 여당 자리를 지키며 표결에 참여했다.
이날 회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뒤 열리는 첫 상임고문회의였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홍 시장 해촉을 결정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 해촉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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