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플페이' 국내 상륙 한 달… 아직은 설익은 '사과'

이재현 기자 2023. 4.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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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결제 속도 인상적이지만 가맹점 적고 교통카드 등 부가 기능 적어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 한달이 지났다. 사진은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매장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단말기 스티커. /사진=이재현 기자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에 상륙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출시 당시 기대를 모은 바와 같이 간편함과 결제 속도 면에서는 간편결제시스템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가맹점이 여전히 부족하거나 제공 서비스가 적어 일상에 완전히 녹아들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지난달 21일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2014년 글로벌 출시 이후 9년여만이다. 그동안 애플페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인프라 문제 등으로 늦어졌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으로 결제되지만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는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나 집적회로 스마트카드(IC) 방식이다. 현재 120여개 브랜드가 NFC 단말기를 도입했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웃은 건 현대카드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의 신용·체크카드만 등록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된 지난달에만 약 20만명의 신규 회원을 모았다는 게 여신금융협회의 설명. 카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오픈 효과로 인한 수요 급증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페이는 출시 3주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현대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 가맹점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체험해보니 '속도'에 놀라… 근처만 가도 '계산 완료'


현대카드가 등록된 애플워치를 대자마자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결제가 완료됐다. /사진=이재현 기자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직접 사용해봤다. 아이폰, 에어팟,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까지 애플의 제품을 다수 가지고 있지만 애플페이를 사용해본 적은 없다. 현대카드가 없어서다. 출시 한 달이 지나서야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체크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체크카드 중에서는 SC 제일은행과 제휴를 맺은 현대카드만 등록 가능하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뒤 현대카드와 연동해 애플페이를 등록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

애플페이 등록과 결제는 어렵지 않았다. 아이폰에 있는 '지갑' 앱에 현대카드를 등록하면 휴대폰은 물론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방법은 더 간단하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모두 오른쪽 버튼을 '톡톡' 두 번 빠르게 누르고 단말기에 갖다 대면 빠르게 결제가 완료된다.

지난 27일 오후 내국인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동역 인근 다이소를 찾았다. 매장 내 셀프 계산대에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함을 알리는 사과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직접 결제를 해보려 애플워치를 단말기에 갖다 대자 순식간에 결제가 끝났다. 체감상 0.5초쯤이었다.

매장 직원 A씨는 "하루에 많으면 10명 정도 애플페이로 결제하는데 묻지도 않고 척척 결제하고 나간다"며 "내국인보다는 오히려 외국인들이 애플페이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애플페이가 단연 가장 빠르다"고 했다.

명동에 위치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3)는 "애플페이는 계산하는 입장에서 매우 편리하다"며 "(기존) 카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고 바코드로 결제하는 다른 서비스보다도 간편하다"고 호평했다.


"찾는 사람 많진 않아" "사용처 헷갈려"… 범용성은 아직


애플페이 사용처로 등록된 한 프랜차이즈 카페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애플페이 사용시 매장 직원에게 문의하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이재현 기자
애플페이 이용자들은 빠른 결제 속도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현장에선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애플페이 도입 초기와 비교해 최근엔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애플페이 사용처가 적은 점을 불평했다.

명동에서 개인 커피숍을 운영 중인 B씨는 "애플페이를 쓰겠다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단말기를 바꿀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애플페이 관련 문의도 출시 첫 주에만 몰렸지 최근에는 없는 걸 보니 관심도나 화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카페에 머문 1시간 동안 애플페이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 가맹점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만난 박모씨(20·여)는 "남자친구와 쇼핑하러 스타필드 코엑스점을 방문했다가 애플페이 사용이 안 된다고 해서 옆 백화점으로 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롯데몰 등은 애플페이 사용 가맹점이지만 스타필드는 아니어서다. 박씨는 "애플페이가 안 되는 경우를 대비해 카드나 현금을 따로 들고 다녀야 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사용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약 300만개로 추산되는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곳은 10만개 정도다. 대부분의 병원·약국 등에서 사용이 안 되고 교통카드 서비스도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페이가 일상에 녹아들었다고 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사용처에 대한 안내가 정확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무인단말기(키오스크)엔 '애플페이는 매장 직원에게 문의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나타나기도 했다. 방문 전 애플페이 사용처인 것을 확인했지만 키오스크에서는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길게 늘어선 카운터 줄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서울 강남·명동에서 방문한 카페나 옷·신발 매장 중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곤 애플페이 결제 가능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지난달 21일 출시 당시 32개였던 오프라인 가맹점이 한 달 새 110여개로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매장 수는 부족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애플페이'를 직접 사용해보니 결제 속도는 놀라웠지만 실제 사용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국내 상륙한 애플페이가 앞으로 사용처를 늘려 범용성을 확보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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