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플페이' 국내 상륙 한 달… 아직은 설익은 '사과'
애플은 지난달 21일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2014년 글로벌 출시 이후 9년여만이다. 그동안 애플페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인프라 문제 등으로 늦어졌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으로 결제되지만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는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나 집적회로 스마트카드(IC) 방식이다. 현재 120여개 브랜드가 NFC 단말기를 도입했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웃은 건 현대카드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의 신용·체크카드만 등록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된 지난달에만 약 20만명의 신규 회원을 모았다는 게 여신금융협회의 설명. 카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오픈 효과로 인한 수요 급증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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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등록과 결제는 어렵지 않았다. 아이폰에 있는 '지갑' 앱에 현대카드를 등록하면 휴대폰은 물론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방법은 더 간단하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모두 오른쪽 버튼을 '톡톡' 두 번 빠르게 누르고 단말기에 갖다 대면 빠르게 결제가 완료된다.
지난 27일 오후 내국인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동역 인근 다이소를 찾았다. 매장 내 셀프 계산대에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함을 알리는 사과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직접 결제를 해보려 애플워치를 단말기에 갖다 대자 순식간에 결제가 끝났다. 체감상 0.5초쯤이었다.
매장 직원 A씨는 "하루에 많으면 10명 정도 애플페이로 결제하는데 묻지도 않고 척척 결제하고 나간다"며 "내국인보다는 오히려 외국인들이 애플페이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애플페이가 단연 가장 빠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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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서 개인 커피숍을 운영 중인 B씨는 "애플페이를 쓰겠다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단말기를 바꿀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애플페이 관련 문의도 출시 첫 주에만 몰렸지 최근에는 없는 걸 보니 관심도나 화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카페에 머문 1시간 동안 애플페이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 가맹점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만난 박모씨(20·여)는 "남자친구와 쇼핑하러 스타필드 코엑스점을 방문했다가 애플페이 사용이 안 된다고 해서 옆 백화점으로 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롯데몰 등은 애플페이 사용 가맹점이지만 스타필드는 아니어서다. 박씨는 "애플페이가 안 되는 경우를 대비해 카드나 현금을 따로 들고 다녀야 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사용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약 300만개로 추산되는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곳은 10만개 정도다. 대부분의 병원·약국 등에서 사용이 안 되고 교통카드 서비스도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페이가 일상에 녹아들었다고 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사용처에 대한 안내가 정확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무인단말기(키오스크)엔 '애플페이는 매장 직원에게 문의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나타나기도 했다. 방문 전 애플페이 사용처인 것을 확인했지만 키오스크에서는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길게 늘어선 카운터 줄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서울 강남·명동에서 방문한 카페나 옷·신발 매장 중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곤 애플페이 결제 가능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지난달 21일 출시 당시 32개였던 오프라인 가맹점이 한 달 새 110여개로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매장 수는 부족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애플페이'를 직접 사용해보니 결제 속도는 놀라웠지만 실제 사용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국내 상륙한 애플페이가 앞으로 사용처를 늘려 범용성을 확보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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