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증권 아니라는 권도형...검찰이 넘어야 할 두가지 벽
‘루나=투자계약증권’ 주장 입증해야
①루나 가치, 테라폼랩스 일당이 좌우하나
②루나 코인, 보유 목적 오직 ‘이익 수취’ 인가
“테라(UST) 가치가 안정적이고 큰 변동성 없이 유지될 거라는 기대는 투자계약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이익에 대한 기대’라는 주장을 불가능 하게 만든다.
(중략)
같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수평적 공통성(horizontal commonality·다수의 투자자가 있고 이들의 투자금이 섞여 있는 것)이 인정된다면 금 보유자들을 하나의 기업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금을 제조업에 쓰려고 사고, 어떤 사람들은 투자 목적으로, 어떤 사람은 교환이나 저장 용도로 산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측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 내용 일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측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법원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소송 기각을 요청하면서 제출한 서류에는 이런 주장이 나온다. 테라와 루나는 증권이 아니므로 SEC가 “무기명증권을 제공, 판매해 400억달러(53조3000억원)의 사기를 벌였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한국에서도 25일 서울남부지검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10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재판부가 루나의 증권성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건은 검찰이 코인 관련 범죄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여서 주목 받고 있다.
루나가 포함될 수 있는 증권의 종류는 투자계약증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보다 좁게 정의되는 한국 투자계약증권에 루나가 해당되려면 검찰이 ▲테라 프로젝트의 성과가 주로 ‘테라폼랩스 일당’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지 ▲투자자들이 오직 손익을 귀속받기 위해 코인을 구매한 것인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 檢 “주로 권도형 일당의 사업 결과에 따라 손익 나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투자자가 ①타인과의 공동사업에 ②금전 등을 투자하고 ③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④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검찰은 루나 코인 투자자가 ①테라 프로젝트라는 공동사업에 ②금전 등을 투자해 ③주로 테라폼랩스 일당이 수행한 테라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의 결과로 얻는 ④거래 수수료, 주조차익(시뇨리지) 등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 권리를 취득하므로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얻게 되는 수익이 주로 테라폼랩스 일당의 노력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지(③)’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부분은 투자자가 사업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이미 충분한 정보가 있으므로 자본시장법상 보호가 필요없기 때문에 들어간 문구다.
테라 코인백서와 권도형, 신현성 대표가 그동안 인터뷰 등을 통해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테라 프로젝트는 크게 투자 부문과 플랫폼 부문에서 수익을 내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투자 부문에선 테라를 예치한 사람에게 20% 이자를 제공함으로서 테라 수요를 증가시킨다. 테라 생태계에서 1테라는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갖는게 기본인데, 이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자매코인인 루나를 소각하거나 신규 발행함으로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플랫폼 부문에선 국내 이커머스 등에서 테라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중간수수료를 없애 더 많은 플랫폼이 테라 생태계에 합류할 것이며, 테라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코인 보유자에게 수수료가 지급될 것이라고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 전문가들 “코인 사용자도 사업 성과에 영향”... “이익 수취 외 보유 목적 있을 수도”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라 생태계가 확장되기 위해 코인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형중 호서대 디지털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오직 ‘타인의 노력’으로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사용자가) 잉여 시뇨리지(주조차익)을 받으려면 특정 응용프로그램(dApp)을 등록해야 하고 검증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희활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건 테라의 사용가치 증가에 따른 루나의 시장가치 상승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자금 모집자의 구체적인 사업이나 노력, 그에 따른 손익의 귀속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투자자들이 ‘손익(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투자했는지’ 여부다. 금, 부동산, 골프장 회원권 등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으나 소비나 사용 용도가 존재하므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SEC는 미국 암호화폐 리플(XRP)을 증권이라고 판단하면서 “투자 이외에 실생활에서 쓰일 만한 목적이 없으며 연방 증권 관련 법률이 규정하는 통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반면 발행사는 투자 이외에 화폐로서의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금이나 미 달러화도 가격이 올라갈 여지가 있지만 본질적인 (보유)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테라도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도형 대표 측이 미 법원에 ‘테라는 증권이 아니라 화폐’라고 주장하는 건 ‘이익 수취’ 이외의 보유 목적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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