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블더] "나의 두 번째 엄마…유골만이라도 찾게 해주세요"
오늘(28일)은 <가족의 개념>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피를 나눴지만, 원수보다 못한 가족이 있고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더 가족 같은 사이가 있겠죠.
지금부터 사연을 전해드리는 가족도 그런 사이였다고 합니다.
사별 등으로 서로의 남편과 헤어진 후 혼자가 되자, 두 친구는 30년 동안 한 집에서 가족으로 살았습니다.
딸은 엄마가 둘이 됐고,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 모 씨 : 3살 이후로 같이 살았고, 엄마랑은 엄마 아빠 같은 존재였고, 어버이날이 되든 어린이날이 되든 같이 있었고, 그다음에 제 졸업식 입학식에 다 계셨고, 여행가도 같이 계셨고, 차를 타도 계속 같이 계셨고, 그냥 잠을 자도 엄마랑 이모랑 같이 계셨고….]
김 씨는 자신의 또 다른 엄마 김규리 씨의 이름과 사연을 꼭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규리 씨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뒤 무연고 납골당에 안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김규리 씨의 진짜 가족들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고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를 권리는 법적인 가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보니 김규리 씨가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 겁니다.
[김 모 씨 : 그냥 그 전날 통보가 오더라고요. 내일 그냥 화장한다, 무연고가 돼버리다 보니까. 이제 국가 거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요. 이모(김규리 씨)를 제가 장례도 못 치르고, 원래 일반적인 가족을 보내는 그런 순서가 전혀 안 됐으니까.]
납골함을 옮길 수 있는 권리도 없어서 무연고 납골당에 김규리 씨의 유골이 방치된 겁니다.
엄마와 함께 30년을 키워주신 또 다른 엄마였는데, 불효를 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한이 맺혔습니다.
[김 모 씨 : 좀 많이 무너졌죠. 그 사건 이후로는 저도 너무 많이 힘들었고 법이 왜 이런지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상처 됐던 말은 '가족이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였어요. 도대체가 울며불며 했던 이야기가 그럼 도대체 가족의 정의가 뭐냐고. 무조건 재혼을 해서 보호자를 만들어야 되는 것도 모르겠고 정말 이런 상황이 안 벌어지면 모르실 것 같아요.]
최근에서야 법이 개정되면서 9월부터는 생전에 친분 관계를 맺은 사람 등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례를 치르는 문제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가족 형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대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친족 가구는 확연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친족 가구는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함께 사는 5명 이하의 가구'를 말하는데요.
재작년 비친족 가구는 47만 2천600여 가구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사회적 인식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는 관계라면 가족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약 62%가 동의했습니다.
특히 10명 중 7명은 사회 법·제도가 다양한 가족이 새롭게 등장하는 변화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또 하나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바로 생활동반자법입니다.
성인 두 사람이 생활을 공유하며 돌본다면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자는 취지입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 배우자와 사별하고 마음 맞는 이와 여생을 외롭지 않게 살고자 하는 노인 가족, 서로를 돌보며 챙기고 살아가고픈 친구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과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비혼, 사실혼까지 이 모두가 우리 이웃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법과 제도는 다양한 가족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법안이 나온 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진선미 의원이 처음으로 제정을 준비했지만, 극우·기독교단체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진 의원의 공식 사이트는 "동성애 법의 우회 법률", "당신의 아들·딸이 에이즈로 죽는다고 생각해보라" 등의 청원으로 뒤덮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가 '시민동반자법'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 지난 2월에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란 개념에서 혈연보다 중요한 건 정말 가족같이 의지하고 사랑하느냐는 마음이겠죠.
본격적인 입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인 셈인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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