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뚫고 총선 승리"…'野 넘버2' 박광온의 숙제들
더불어민주당 원내 사령탑으로 28일 선출된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 앞에는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내년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마련하고, 각종 사법리스크로 불거진 당 내홍을 수습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이른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정국' 속에서 민생 입법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도 신임 원내대표의 과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재석 의원 169명 가운데 과반의 지지를 얻어 원내 사령탑이 됐다. 당초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박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홍익표·박범계·김두관 의원을 따돌렸다. 원내대표는 당 서열 2위로, 불가피하게 당대표 자리가 빌 경우 권한대행을 맡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할 수 있는 자리다.
앞으로 1년의 임기를 수행할 박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중책을 맡게 됐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 있어 부담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 곧 박 원내대표의 당면 과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일이 꼽힌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재판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인한 내부 혼란을 수습해야 하고, 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줘야 한다. 박 원내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취임 일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가장 시급한 화두는 돈 봉투 의혹"이라며 "해당 의혹과 검찰수사에 대해 당내에 여러 가지 이견이 있는데 이를 잘 조율해야 한다. 또 시스템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던 대의원 제도라든지 이런 부분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쇄신하고 혁신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은 박스권에 갇힌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모습이 국민의 기준에 못 미쳐서 반(反)정부 여론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이 더 변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민생 입법 성과도 보여야 한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민생 입법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열쇠로 통한다. 협력해야 할 사안에 대해 과감히 행동하는 한편, 정부·여당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민생 의제를 제안해 정국을 이끌어 나가는 역량이 요구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 협치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한쪽(민주당)은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다른 쪽(정부·국민의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민생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인데, 이 부분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5월 임시국회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을 강행 처리했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권한 및 책임을 독립적 체계로 분리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직역 간 대립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간호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가결이 불가능한 셈이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이러한 절차를 밟으며 결국 폐기됐고, 현재 간호법 외에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여야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법안이 다수 있는 상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보면 쟁점 법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거부권 정국 속에서 여론 지지나 우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고 본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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